백호기, 진화하는 자율의 함성
백호기, 진화하는 자율의 함성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9.03.2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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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기가 다가오면서 출전 고교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올해 응원 방향을 결정한데다 대회가 임박해지면서 짧은 시간에 손발을 맞추기 위해 학교마다 열기가 뜨겁다.

백호기 응원문화는 페이스북, 밴드, 단톡방 등을 통해 제주를 떠나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으로 국경을 넘어 지명도를 확보한 지도 오래다. 해마다 백호기 시즌이 되면 12번째 선수인 응원단의 열정적인 활약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 같은 백호기만의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 참가 고교마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응원문화 정착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은 자율이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변화는 최근 참가 고교 학생회장들과의 대화에서 서서히 정착단계에 돌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학생회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자발적인 참여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응원에 참석할지 여부를 묻는 수요조사를 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100% 반영한다는 것이다. 물론 응원에 불참해도 불이익은 없다.

응원의 방향도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모두가 즐기는 축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허리를 지나치게 굽히는 동작을 자제해 응원과 동시에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가 하면 도안(바디섹션)을 최소화하고, 중간 중간에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시간을 배정한다.

자율로 진행되지만 학교마다 학생들의 응원 참여율이 상당히 높다는 설명이다. 고교 재학시절 응원이 의무였던 기성세대로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어리게만 보이던 우리 고교생들이 어느새 자율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백호기에 하나가 더해졌다. 제주4・3 70주년을 맞아 도내 고교 학생회장과 부회장들로 구성된 제주고교학생회장단은 자체적으로 백호기 경기장 일대에서 동백꽃 배지 달기 캠페인을 벌였다. 경기장 안에서는 12번째 선수인 대기고・오현고・제주제일고 응원단이 ‘4・3 70주년’을 담은 도안(바디섹션)을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4・3을 기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는 대기고・서귀포고・오현고・제주제일고・제주중앙고 등 출전하는 5개교 학생들 모두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백호기를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갖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학교마다 ‘3・1운동’을 기념하는 도안을 만들어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기리기로 하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백호기가 도내 고교생들의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역할이 확대된 것으로, 이 또한 자발적인 기획과 합의 속에 이뤄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출전 학교의 총동창회장들은 백호기에 대해 동문 선・후배들의 끈끈한 유대를 선보이는 도민의 축제라고 정의했다. 패기와 열정의 응원전에 나섰던 학창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지금도 백호기 때만 되면 되살아나는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12번째 선수들의 시대에 맞춰 진화하는 응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백호기 대회만 끝나면 학교가 달라진다고 한다. 친구들과 울고 웃으며 관계가 끈끈해지고, 선후배가 어깨동무를 하고 목청을 높여 함께했던 시간을 통해 ‘애교심’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응원했던 동영상을 보고 자신들의 학교를 자랑스러워하고, 그 일을 함께 해낸 친구들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진학과 취업 준비로 바쁜 시간 속에서도 학창시절의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아온 선배들처럼 올해도 백호기 응원이 제주 고교생들의 우정의 무대이자 추억의 무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12번째 응원단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축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지금 오라벌에는 백호기를 알리는 깃발과 현수막이 휘날리며 빛나는 청춘의 봄날 울려 퍼질 뜨거운 함성을 기다리고 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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