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의 길과 진실의 길
사실의 길과 진실의 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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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식 시인·제주어보전육성위원

'마음으로 보는 눈은 더욱 또렷하다

스치는 바람에도 그대 음성 들리듯이'

이 짧은 문장 하나를 짓는데도 내공으로 쌓은 인문학의 지식이 동원된다.

송나라 주돈이(周敦·1017~1073)가 연꽃의 덕을 칭송하면서 쓴 향원익청(香遠益淸)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 맑다는 뜻으로 그리운 사람은 멀리서도 더욱 또렷하다고 내가 응용했다.

여기에 덧대어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오세영 시인의 시도 차용했는데 멀리 있어서 귀하다는 의미는 깨달음의 맥락이다. 멀리 있는 것은 가까이 있는 것에 비해 만나기가 어려운 만큼 오래보고 싶어서 자주 떠올리다 보니까 더욱 또렷해진다는 행간을 꾸렸다.

스치는 바람에도 그대 음성이 들린다는 메타포는 발자국이라는 내 시의 변형이다.

금년 겨울은 엄동이 적어 비교적 포근했다. 그래서인지 봄비가 자주 내린다. 시심을 지니고 밤에 내리는 봄비를 가만히 들어보면 리듬감이 느껴져서 누구의 발자국 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태풍이 부는 밤에 듣는 폭우는 쏟아지는 빗소리가 요란해서 밤 깊도록 몸부림치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죄 많은 인간은 번개를 두려워하라는 어록도 이럴 때 빛을 발한다.

눈으로 사물을 보는 색()이나 소리를 귀로 듣는 공()이나 존재하고 있기에 현상으로 나타난다. 하여 새는 날아도 허공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며 달빛은 물에 잠겨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성현의 말씀까지 활용한 거다.

최근에 자주 쓰는 인문학이란 문학과 역사, 그리고 철학이 공존하여 보다 발전적으로 융합하는 가치 창출이다.

인간에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자신이 실제로 겪은 삶의 현실인 사실의 길과 가보고 싶은 상상의 길이 진실의 길이다.

문학 분야인 시를 쓰면서 구한 경험으로는 저질러야 나타나는 상황에 휘말릴 수가 있다는 거다.

그 진실의 길은 상황에 따라 발생한 새로움을 분석하기 위한 행동이며 결과에 대한 인식이다. 이 행동에 대한 결과가 뉘우침이고 그 뉘우침이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이 된다.

역사는 광의 역사만 있는 건 아니다. 인간 개인에게도 역사가 있으므로 자서전으로 자신의 이력을 표출하게 되는데 사회의 일원으로 덕을 지니고 더불어 살아야 정의를 추구할 수 있다는 명제가 따른다.

그러므로 개인의 역사는 저마다 경험하면서 구한 깨우침이 작용한다. 이 깨우침은 인간도리를 추구하는 행복이다. 더하여 철학이 동반되는 이유는 인생의 발견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뉘우치고 깨우치면서 깨달음을 구하는 과정이 인문학적인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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