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목소리가 깃든 제주에서 다크투어를”
“4·3의 목소리가 깃든 제주에서 다크투어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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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역사의 중요성을 인식한 카를 마르크스는 이러한 말을 남겼다.

세계의 역사가 숱한 전쟁과 재난으로 얼룩져 온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외침과 전쟁, 사건·사고로 얼룩진 역사를 가졌다.

제주를 비롯한 대한민국 곳곳에도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 곳이 많이 있지만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슬픈 역사의 현장을 간직한 공간도 많이 존재한다.

화려한 여행지의 그늘에서 찾아오라는 손짓도 없이 그저 기다리고 있는, 그래서 더욱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 근현대사의 사건·사고 현장.

이러한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아 옛 일을 되돌아보고 기억하며 교훈을 얻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을 하기에 적합한 시기인 4월이 눈 앞에 다가왔다.

다크투어는 전 세계적으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관광 트렌드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량 학살시설인 아우슈비츠 수용소, 미국의 원자폭탄을 맞은 나가사키·히로시마 평화공원, 미국의 9·11 테러 참사 현장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자리에 세워진 그라운드 제로는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명소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다크투어리즘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테마가 확실히 잡혀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크투어리즘이라는 말만 붙지 않았을 뿐, 이미 다크투어 관광지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구금·고문한 곳인 서대문 형무소,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국내 이색 관광지 1위인 비무장지대(DMZ)가 대표적이다.

제주 역시도 매년 4월이면 제주4·3의 역사적 아픔을 기억하고,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다크투어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는 제주4·3사건과 연계한 다크투어의 경우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건을 잊지 않고 여행객들에게 체험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4·3사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 그리고 제주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관광객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제71주년을 맞은 제주4·3을 앞두고 우리 제주관광공사에서는 이를 테마로 한 다양한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우선 우리 공사는 54일부터 1130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도민 및 관광객 모두가 참여 가능한 제주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제주4·3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제주의 소중함을 참가자 전원에게 심어주고자 한다. 이와 함께 42일부터 4일까지는 도내·외 블로그 기자단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하는 등 제주4·3 역사탐방 바로 알기프로그램을 통해 제주4·3을 널리 알리는 활동도 전개한다.

다크투어리즘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건을 잊지 않고,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한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따뜻한 봄을 맞아 아름답고 재밌는 휴가를 계획하는 것도 좋지만, 마르크스의 말처럼 비극으로 반복될 역사가 아닌 희극으로 반복될 역사를 위해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교훈을 얻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수많은 철학자·역사학자들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부분과 관련해 과거를 돌아보고 기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스페인 출신 미국 철학자 조시 산타야나도 같은 말을 했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같은 역사를 다시 살게 된다.

필자는 올 봄 제주에서 슬픈 근현대사의 현장을 둘러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인 다크투어를 통해 모두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것들을 얻기를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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