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베인 다리를 보면서
우베인 다리를 보면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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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 자연사랑미술관 관장

통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다리() 하나가 세계적인 관광지라면 성큼 믿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미얀마에 있는 우베인 다리는 세계적인 관광지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동남아 불교국가이자, 우리에게는 전두환 정권 시절 아웅산 국립묘지 정문 폭파사건으로 잘 알려진 미얀마, 이 나라의 문화 수도로 불리는 만달레이라는 유서 깊은 지역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인 우베인 다리가 바로 세계적인 관광명소 다리입니다.

저도 이 다리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경치가 좋다는 뜻이겠지하고 생각하며 찾아갔지요. 현장에 도착해 호숫가에 덩그러니 서 있고 모양도 별로인 다리를 보며 그러면 그렇지하고 속았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해가 기울어갈 무렵이 되니 사방에서 대형 버스가 몰려옵니다.

그 넓은 호수 주변 벌판이 차량과 사람들로 꽉 들어차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더군요. 매일 이 시간이 되면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온다고 합니다. 바로 이 다리에서 맞이하는 일몰이 장관이라서 이렇게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는 것입니다.

우베인 다리는 어떤 다리 이길래, 또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이 난리일까?’ 하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긴 다리 위는 물론 넓은 호수에는 보드를 타거나 주변까지 꽉 들어찬 관광객들이 서서히 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탄성이 터지고 해가 다 떨어질 즈음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붉게 물든 하늘과 다리가 잘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이 되고 있군요. 바로 이 순간을 보기 위해 이 많은 관광객이 몰렸답니다.

우베인 다리는 1850년에 만들어진 타웅타만(Taungthamn) 호수를 가로지르는 1.2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목조다리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마라뿌라의 시장이었던 우베인이 잉아 왕궁을 짓다 남은 티크목으로 다리를 세웠는데, 아직도 긴 세월 동안 강하게 버티고 있지요. 이 다리는 1086개의 나무 기둥으로 건설됐는데 아직도 대부분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으나 호수에 양식사업으로 물을 가두는 바람에 물이 정체돼 나무 기둥이 썩고 측면 기둥 일부가 분리돼 곳곳을 콘크리트 기둥으로 교체하고 있답니다.

이 다리는 기본적으로 주민들의 통로수단으로 세워졌지만, 현재는 이 지역의 관광 소득원이 됐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보석이란 말이 있습니다. ‘만약 이 다리의 위험성 때문에 옛 다리를 허물고 새로 다리를 세웠다면 이렇게 관광객들이 몰릴까하고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왜 남의 나라 관광지를 이렇게 장장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제주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자랑합니다. 제주에 무엇이 세계적일까요. 화산이 만든 오름과 지질 지형이? 과연 그럴까요. 그런 자연은 전 세계 곳곳에 많습니다.

다만 우리 제주에는 우베인 다리 같은 오래된 유산이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왜 우리 제주에는 선조들이 땀 냄새가 나는 그런 유산이 없을까요. 없는 것인지 없애 버린 것인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제주 섬에도 옛 선조들이 만들어 논 귀하디귀한 흔적들이 많았었지요.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옛 포구(浦口)는 가장 제주다운 것이 있었습니다. 거친 파도를 막아 배들을 보호했을 뿐만 아니라 바다 밭을 개척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죠. 그러나 우리는 그 귀한 것을 귀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허물어 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섬 몇 군데 포구 정도는 잘 보존했더라면 우베인 다리 못지 않은 귀중한 관광자원이 됐을지도 모르겠지요.

만약 우베인 다리가 제주에 있었다면 유지가 됐을까요. 우리의 현실로 생각건데 위험성 운운하면서 벌써 허물고 근사한 시멘트 다리를 만들었겠지요.

바로 이런 생각의 차이점입니다. 문화재를 보수한다면서 옛 것을 허물고 새롭게 만드는 것은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고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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