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각 섬’ 제주…N포세대의 그림자
‘노총각 섬’ 제주…N포세대의 그림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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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제주지역 남성의 초혼 연령은 평균 33.7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제주도가 ()총각 섬이 됐다는 얘기다.

여성의 초혼 연령도 평균 30.8세로 전국 평균(30.4)을 웃돈다. 17개 시·도 중 제주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세 번째로 높다고 한다.

한 마디로 제주 젊은이들은 남녀 모두 결혼을 늦게 한다는 말이 된다. 특히 여성 초혼 연령의 늦어지고 있는 것은 출산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만혼(晩婚)이 늘면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가임 기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 출산 시 산모와 아이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 급격한 인구 감소를 뜻하는 인구 절벽현상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만혼과 혼인 감소는 젊은이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는 물어보나마나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난으로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의 그림자인 것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직으로 취직할 확률이 낮은 상황에서 청년들은 결혼을 ·은수저에나 가능한 사치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저출산과 저성장, 고령화, 연금 부족 등 총체적 사회 난맥과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근본 대책이 없다면 국가와 지역 사회의 근본을 뒤흔드는 인구 위기를 모면할 길이 없다는 현실을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의지와 대책은 빈약하다. 무상 보육을 공약하고도 그 비용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러고도 정부가 청년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혼과 혼인 감소 현상을 국가·사회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무책임하며 부당한 일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를 만든 쪽이 앞장서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삶이 행복하고,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면 청년들이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러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여성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고, 보육·주거·교육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획기적이되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시간과 자원과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청년은 애 낳는 기계가 아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행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청년이 가정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 한때의 세태나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해 청년들의 결혼 의욕을 끌어올리는 데 사회적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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