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오름 답사기…‘바이블’이 되다
최초의 오름 답사기…‘바이블’이 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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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나그네(1995)

김종철 선생의 치열한 오름 역사찾기
발행 25년 기념 양장본 재출판 관심
‘오름나그네’(전3권 높은오름 1995) 제1권 뒷표지 부분. 시인 고은 선생이 김종철 선생을 기린 시.
‘오름나그네’(전3권 높은오름 1995) 제1권 뒷표지 부분. 시인 고은 선생이 김종철 선생을 기린 시.

제주에서 헌책방을 하다 보니 육지부에서 제주 관련 서적을 구할 수 있는 지 문의하는 전화를 자주 받는다. 제주 관련 논문을 쓰기 위한 자료로 찾는 분이나 그리운 고향의 옛 모습이 생각나서 당시의 책이 보고 싶다는 분, 아빠의 고향은 어떤 곳이었는 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분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그럴 때 우리 책방에 재고가 없을 경우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구할 수 있는 곳을 알려드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오래 전에 절판되었지만 여전히 찾는 분들이 많은 책은 엄청난 가격 때문에 알려드리기도 민망한 경우도 종종 있다. 조금 망설이다가 필요한 분이 알아서 결정하시라고 알려드리긴 하지만, 이렇게 좋아하고 찾는 사람이 많은 책이 왜 재판이 안 나올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책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김종철(金鍾喆 1927~1995) 선생의 제주도 기생화산 답사기 오름나그네’(3권 높은오름 1995)이다. 이 책은 원래 제민일보(濟民日報) 창간(1990) 기획의 하나로 183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선생의 글과 서재철(徐在哲) 작가의 사진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주의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갖고 싶어 하는 책으로 절판 후에도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은 오름의 바이블이다.

‘오름나그네’(전3권 높은오름 1995) 표지.
‘오름나그네’(전3권 높은오름 1995) 표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선생은 제주신보를 시작으로 제주신문 등의 신문사와 제주 KBS, MBC 등 방송사를 두루 거친 언론인이자 한라산을 1000회 이상 오르는 등 산을 사랑한 산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제주산악회 창립 회원으로 1961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산악구조대인 제주적십자산악안전대 대장으로서 많은 인명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한 선생이 이 글을 연재하던 1990년대 전반까지만 해도 오름은 뭍사람들에겐 낯선 존재였고, ‘오름에서 나고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제주 도민들에겐 잊혀진 존재였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가 느끼는 물과 같은 거라고나 할까? 늘 곁에 있으니 오름은 그저 편안한 푸근한 그 무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선생이 오름을 알아가는 과정은 치열했다. 단순하게 오름의 아름다움을 알리기보다는 각종 시대별 지도와 지명 관련 문헌, 조사보고서는 물론 신화·전설집, 각 성씨의 족보까지 두루 섭렵했고 마을 어르신들과의 대화를 통해 오름의 본래 이름을 찾아 한자명에 가려진 우리말 이름을 되살리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한 선생의 공력(功力)은 최초의 오름 답사기인 이 책이 이후에 출판된 수많은 오름 안내서들을 뒤로 하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서 공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오름나그네-제주의 영혼, 오름을 거닐다’(전3권 도서출판 다빈치) 4월 1일 출시 예정.
‘오름나그네-제주의 영혼, 오름을 거닐다’(전3권 도서출판 다빈치) 4월 1일 출시 예정.

이런 책이 절판된 후 애꿎은 가격만 폭등해서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는데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린다. 발행된 지 햇수로 25년이 지난 올해 기념복간의 의미로 도서출판 다빈치에서 오름나그네-제주의 영혼, 오름을 거닐다’(3)를 양장본으로 다시 출판한단다. 이번에 출판되는 책은 완전개정판으로 선생의 글 내용도 일부 보충하고 사진은 고길홍(高吉弘) 작가의 컬러 작품을 수록했다고 한다.(이왕이면 오름 갈 때 편하게 페이퍼백이나 핸디형 소책자판도 내주시길)

이 책을 고대하던 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 다음 달 1일이 기다려진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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