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의 ‘성관계 몰카’ 사건이 전국을 뒤엎었다. 그들의 채팅방에서는 의식이 없는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을 자랑한 대화가 오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여성의 성을 도구화하고 상품화한 그들의 행태보다 끔찍한 것은 제3자들의 반응이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며 그들을 두둔하거나 피해자를 궁금해 하고 심지어 영상을 보고싶어 하는.
더 두려운 것은 이러한 삐뚤어진 성 의식이 비단 일부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본인이 어떻게 서있는지 구분하기 힘들다. 말로, 행동으로,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성차별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남자답지 못하게’, ‘여성스럽게’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신문기사 속 인물의 성 구별은 어떻게 표기하는지, 육아휴직은 누구의 몫인지 등등.
일상 속 균형을 잡는 건 쉽지 않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양성평등 정책, 성인지 예산 등의 노력들 말이다. 행정이 구성하는 각종 위원회에 성별 균형이 의무사항인 이유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제11대 도의회에 기대가 컸다.
여성의원 8명은 절대적으로 많은 수는 아니지만 운영위원회를 제외한 6개의 상임위원회에서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해낼만한 인원이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현재 행정자치위원회와 농수축경제위원회에는 여성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보건복지안전위원회 6명 중 4명이 여성의원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개선하고자 여성의원 8명이 나섰다. 남성의원 4명을 포함한 총 12명의 공동 발의로 ‘제주도의회 위원회 및 교섭단체 구성·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마련했다.
상임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구성 시 의장이 성별을 고려해 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담겼다.
그러나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례 개정안의 의미는 퇴색됐다. 의무조항이 있으나마나한 ‘고려할 수 있다’는 권고조항으로 후퇴했다.
제주도의회 스스로 사회적 영향과 기능을 저버린 결정이다. 제주의 양성평등은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홍수영 기자 gwin1@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