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농로 명물 '왕벚나무' 몸살
제주 전농로 명물 '왕벚나무' 몸살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03.20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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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쓰레기 널브러지고 뿌리 드러나
수령 80년 넘은 왕벚나무 수난 겪기도
제주시 "도포제, 병해충 방지 등 관리 철저"
20일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심어진 왕벚나무 주위로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뿌리도 훤히 드러나 있다.
20일 제주시 전농로에 심어진 왕벚나무 주위로 각종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뿌리도 훤히 드러나 있다.

제주시 전농로의 명물 왕벚나무가 각종 쓰레기 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일 전농로에 가보니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부터 KAL호텔 사거리 전까지 1㎞ 구간에 100그루가 넘는 왕벚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이 중에는 수령이 80년이 넘은 왕벚나무들도 있는데 주위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또 나무를 지탱하는 뿌리가 훤히 드러나 있는가하면 뿌리 위로는 시멘트 가루가 방치돼 있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왕벚나무를 들이 받는 차량 사고가 발생해 왕벚나무 속살이 드러나는 등 수난을 당했다.

매년 전농로에서는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려 방문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왕벚나무의 전반적인 생육환경은 좋지 않은 실정이다.

한모씨(54·제주시 삼도1동)는 “왕벚나무가 동네에서는 나름 오랜 역사를 가졌고 여기가 명소로 알려졌지만 체계적인 보호, 관리는 미흡한 것 같다”며 “매연을 뿜으면서 달리는 수많은 차량 옆에서 나무가 괜찮을리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곳 왕벚나무 10여 그루는 수령이 80년이 넘었지만 ‘보호수’ 지정 기준(100년)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제주시가 보호수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추진하는 생육환경 개선사업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주시는 전농로에 있는 왕벚나무가 훼손될 경우 도포제(페인트처럼 바를 수 있는 농약)를 바르거나 병해충 방지용 약품을 투여하는 수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왕벚나무의 전반적인 생육환경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훼손된 부분은 즉각 도포제를 바르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령이 100년을 넘는다고 해도 보호수로 지정되려면 왕벚나무의 희귀성, 관리할 만한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까진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농로 왕벚나무 중 10여 그루는 1940년 제주공립농업학교 교정에 있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1980년대에 가로수로 심어졌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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