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 번 못 본 아버지 유해라도…" 제주 첫 유해발굴 설명회
"얼굴 한 번 못 본 아버지 유해라도…" 제주 첫 유해발굴 설명회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9.03.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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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20일 제주KAL호텔에서 ‘6·25 참전용사 증언청취 및 유해발굴 사업설명회’ 개최

“제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6·25에 참전했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희 아버지 유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설명회에 오게 됐습니다”

20일 제주KAL호텔에서 열린 ‘6·25 참전용사 증언청취 및 유해발굴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유가족 강인화씨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에 울먹였다.

강씨는 “아버지께서 해병대에 자원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하셨고, 그 뒤 양양지구 전투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만 전해 들었다”며 “아버지의 위패가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긴 하지만, 유해를 찾고 싶다”고 흐느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이날 설명회에는 강씨와 같은 6·25 전사자 유가족, 6·25 참전용사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제주 거주 참전용사들은 국방부 유해발굴단에게 작은 정보라도 제공하기 위해 직접 겪었던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증언하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 11사단에서 통신병으로 활약한 참전용사 한군섭씨는 “제 고향이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인데, 저희 동네 분 2명이 884고지 전투에서 전사했다”며 “1953년 7월 12일부터 휴전일인 7월 27일까지 강원도 화천에서 격전이 벌어졌고, 그 전투에 참전한 제주도민의 70%가 죽거나 다쳤다”고 증언했다.

해병대 4기로 도솔산 전투에 참가한 강홍기씨는 “당시 중문중학교에서 30명의 학생이 해병대에 학도병으로 지원해서 참전했다”며 “당시 참전한 도솔산은 땅이고 나무고 성한 곳이 없었는데, 그곳에서 의지하고 지내던 고향 후배를 잃었다”고 말했다.

허욱구 국방부 유해발굴단장은 “이번 설명회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유해 소재에 대한 참전용사의 제보를 받기 위해 마련됐다”며 “참전 용사들의 증언은 유해분석지도 제작 및 발굴지역 선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유가족의 DNA 샘플은 발굴 유해 신원 확인 작업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에 따르면 제주 출신 6·25 전사자는 2000여 명이며, 이 중 1300여 명의 유해가 수습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1일 서귀포KAL호텔에서 제주지역 증언청취 및 사업설명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서 유가족 DNA 샘플 채취 등 유해 발굴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공로로 제주시보건소가 국방부장관 감사패를 받았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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