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5-24 00:01 (금)
‘거센 바람’과 ‘붉은 고요’ 대초원이 보여준 또다른 매력
‘거센 바람’과 ‘붉은 고요’ 대초원이 보여준 또다른 매력
  • 제주일보
  • 승인 2019.03.15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를 가다(8)
우리 일행이 머무는 게르(Ger)를 날려버릴 듯 몰아치던 강풍이 그치고 나자 주변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카메라를 들고 게르 밖으로 나오자 온천지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몽골 초원의 강풍은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사람 머리만 한 돌멩이가 날아다닐 정도랍니다. 예전 내셔널지오그래픽이란 TV 프로그램에서 1940년대 고비사막 일대에서 공룡화석 발굴 작업 도중 갑자기 몰아친 강풍으로 화물 트럭이 날아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거센 바람이 불면 가축들도 구덩이나 커다란 바위 부근에 웅크리고 앉아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립니다. 아마도 고비사막 일대에 공룡 화석이 집단으로 있는 것은 강풍이 며칠 동안 계속 몰아쳐 계곡 같은 곳에 피해있던 공룡들이 한꺼번에 매몰된 것이 아닌가하는 발굴조사단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머무는 게르(Ger)가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 같습니다. 거센 강풍은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쳐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혹시 게르가 날아가지 않을까?’ 하고 걱정스러워하자 운전사는 괜찮다는 표정입니다. 밖은 바람으로 난리지만 게르 안은 아늑합니다.

차 한 잔 끓여 마시고 있으니 밖이 조용해졌습니다. 내다보니 무섭게 몰아치던 바람은 간데없고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카메라를 들고 게르 밖으로 나와 보니 아까는 사람도 가축도 안 보였는데 언제 나왔는지 주변에는 양 떼와 사람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멀리 풀 한 포기 없는 삭막한 산 너머로 노을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어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극과 극의 순간에 나타나는 현상, 아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알타이 산맥을 종주하며 봤던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우레그 호수.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이 감탄을 자아낸다.
알타이 산맥을 종주하며 봤던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우레그 호수. 주변 산세와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이 감탄을 자아낸다.

우리 일행의 게르는 주먹만한 돌이 수없이 깔린 계곡 주변 자그마한 풀밭에 자리했는데 좀 전에 몰아친 강풍으로 날린 작은 돌들은 게르 옆을 덮어 놓은 듯 쌓였습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참 많이도 날아왔습니다.

시커멓게 보이던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해 살펴보니 한 쪽에 바싹 말라버린 양들이 쌓여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엄청난 추위가 몰아쳐 많은 양이 동사했답니다.

얼마나 추웠으면 저렇게 떼죽음 당했을까?’

참담한 그 모습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몽골을 그렇게 다녔어도 어제 저녁 같은 날씨는 처음인 듯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습니다. 달리는 곳곳에 카자흐스탄 몽골족의 묘가 많은 것을 보며 이 일대에서 카자흐스탄 몽골족이 오래 살아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몽골 서부지역, 특히 알타이 산맥은 거대한 산악 지대이면서 사방에 드넓은 초원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산맥 가운데로 넓게 펼쳐진 초원 지대가 한참 이어지는 듯하다가, 가파른 능선이 나타나고 또 그 곳을 내려가면 호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참 독특한 지형입니다.

크고 작은 소금 호수 몇 개를 지나자 경사가 심한 능선을 빙빙 돌면서 내려서니 우레그 호수가 넓게 펼쳐집니다.

호수 주변에는 소와 양 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다가 자동차 소리에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이 우리가 오랜만에 보는 구경거리가 된 것 같습니다.

우레그 호수는 지금껏 알타이 산맥을 돌면서 본 호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초원의 바위마다 알 수 없는 암각화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초원의 바위마다 알 수 없는 암각화가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

파란 물빛도 그렇고 주변 산세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기가 없어 더욱더 좋습니다. 어느 호수를 가든지 모기가 많아 제대로 촬영할 수가 없었는데 우레그 호수는 상상외로 모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와 양 떼도 편히 풀을 뜯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다시 호수 옆을 달립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무척 상쾌해 모처럼 신바람나게 달려봅니다.

산 능선을 오르내리기 몇 차례, 아침에 얼기란 도시에서 출발해 중간에 카자흐스탄 몽골 할머니를 만난 이후 지금껏 사람 모습을 전혀 못 본 듯합니다.

운전사에게 이 부근에는 마을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커다란 산맥을 가리키며 저 너머가 중국의 우루무치고 국경선이라 이 부근에는 도시가 없다고 합니다.

몽골과 중국 국경 지역 넓은 벌판에서 한 달에 한 번 큰 시장이 열려 인근 나라의 상인들이 진귀한 상품들을 가지고 나와 볼만하다는 말을 언젠가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곳이 저 산 너머랍니다.

우레그 호수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은 너무 아름다워 다음에 꼭 다시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제 우리 일행은 큰 강을 건너 오늘의 숙박지인 아치트노루로 가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