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고형연료 생산시설 ‘부실’…100억 날렸다
[진단] 고형연료 생산시설 ‘부실’…100억 날렸다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03.14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설 조성·4년간 도외 반출 비용 105억원
'건조 공정' 없어 저품질 고형연료 생산돼
결국 고형연료 압축폐기물 소각처리 예정
제주시 "추가 도외 반출 시 확인 철저히"
14일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에서 고형연료가 제작되고 있는 모습. 현대성 기자

제주산 압축폐기물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반송된 사건과 관련해 처음부터 고형연료를 생산할 수 없는 부실시설을 설치한 게 근본 원인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행정당국이 4년 전 38억원을 들여 설치한 고형연료 생산시설은 ‘건조 공정’을 갖추지 못한 탓에 연료로는 활용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압축폐기물만 하루 평균 70t씩 생산하고 있다.

현재 제주시가 관리하는 야적장에만 압축폐기물 5만t가량이 쌓인 상태다.

고형연료 생산에 부적합 시설을 지은 결과 압축폐기물만 생산되면서 야적장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또 돈을 들여 일부를 도외로 반출해 해외까지 수출됐지만 결국 고형연료로써 부적합한 점이 드러나면서 반송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혈세만 소진됐다.

▲고형연료 생산 시설 ‘무용지물’

제주시는 2015년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쓰레기 소각장에 38억원을 들여 고형연료 생산시설을 만들었다.

당시 제주시는 고형연료를 열병합발전시설 보조연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시에 따르면 고형연료는 수분함량이 25% 미만이어야 상품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제주시가 조성한 시설에서 생산된 고형연료는 대부분 수분함량이 훨씬 높았다.

문제의 생산시설 공정은 파쇄→선별→압축→포장 순으로, 수분함량을 낮출 ‘건조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읍·면지역에선 수분을 잔뜩 머금은 음식물쓰레기와 일반쓰레기가 혼합 배출되는 상태여서 고형연료 생산을 위해서는 건조 과정이 보다 필요한데도 정작 공정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압축폐기물의 불법 수출과 반송은 예견됐던 사건으로, 처음부터 고형연료 생산에 부적합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도 전혀 보완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계속 키웠던 셈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쓰레기 압축 과정에서 수분이 일부 배출되기는 하지만 완전한 건조는 이뤄지지 않다보니 상품성이 떨어지는 압축폐기물이 생산되는 상황”이라며 “생산시설 조성 당시에 건조 공정이 왜 빠졌는지는 아직까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압축폐기물은 결국 ‘잿더미’로

이번 압축폐기물 사태는 도내 발생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생긴 결과물이다. 도내 하루 평균 쓰레기 발생량은 2011년 765t에서 지난해 1300t으로 70% 폭증했다.

여기에 소각장 노후화로 처리용량이 줄면서 제때 소각되지 못하는 쓰레기가 쌓여갔다. 북부광역쓰레기 소각장은 당초 하루 200t의 소각 능력을 갖췄으나 노후화로 현재 143t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70t가량의 잉여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시가 내놓은 방안이 고형연료 생산을 통한 재활용이었다.

하지만 시설 미비로 압축쓰레기만 생산되면서 회천동 야적장엔 5만t이 쌓였다.

제주시는 2015년부터 처리업체와 계약을 통해 압축쓰레기의 도외 반출을 추진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도외로 반출된 압축쓰레기만 4만2200t에 달한다.

반출 비용만 67억원이 들었다. 핵심 공정이 빠진 시설 조성 비용까지 합하면 105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것이다. 제주시는 올해에도 10억원을 들여 압축폐기물의 도외 반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쓰레기 발생량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인 탓에 4만7000~5만t 압축폐기물은 지속적으로 야적장에 쌓이고 있다.

제주시는 오는 11월 동복리 광역소각장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압축폐기물을 도외로 반출한 후 남은 물량은 회천동 북부광역쓰레기 소각장에서 태워 없앨 계획이다.

▲제주시 향후 대책은?

제주시는 오는 11월 동복리 광역소각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고형연료 생산 시설도 폐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압축폐기물 불법 수출과 관련해서는 제주시는 군산항과 필리핀 만다나오섬에 방치된 제주산 압축폐기물을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군산항에는 9200t, 필리핀 만다나오섬에는 1780t의 제주산 압축폐기물이 있다.

제주시는 군산항에 있는 물량의 경우 계약 당사자가 사업비를 받은 만큼 자체 처리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제주시는 해당 업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앞으로 압축폐기물 처리를 위해 도외 반출 사업 추진 시 철저히 확인해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