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3.13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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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성접대 의혹, 성관계 동영상.

입에도 올리기 민망한 단어들이 우리 사회를 한꺼번에 뒤덮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동경하는 대상인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이 모든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고 주요 뉴스로 다뤄지면서 아이들 얼굴보기가 오히려 두렵다.

당초 시작은 마약 투약 및 유통, 성범죄 등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었다. 빅뱅의 승리가 이 클럽 실소유주란 의혹이 나왔고,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이 추가되며 충격을 던졌다.

충격파가 가시기도 전에 성접대 의혹 대화가 오간 승리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포함된 연예인이 정준영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본격적으로 ‘승리 게이트’로 불리며 일파만파를 만들었다.
더 나아가 정준영이 다른 지인들과 카톡방에서 몰래 찍은 성관계 영상을 공유하는 파렴치한 성범죄가 드러나면서 다시 ‘몰카’ 파문으로 국면 전환을 했다.   

정씨가 지인들과 단톡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여성을 물건처럼 대하거나 성(性)을 상품 취급하는 그릇된 가치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정준영 카톡방 참여자들은 여성들을 성(性) 상품처럼 취급하고,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관계를 하는 등 범죄 행위를 게임처럼 즐겼다. ‘강간했네’, ‘살인만 안했지 구속될 일 많아’란 대화를 보면 경악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12월 정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단톡방에 올리고 자랑한 사실을 알아챈 피해 여성이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하자 정 씨는 그 내용까지 단톡방에 올렸다.

정씨는 대화방에서 “동영상 찍어서 보내준 거 걸렸다” “안 걸렸으면 사귀는 척하고 (성관계) 하는 건데”라고 했다.

정씨가 ”오늘 보자마자 상가에서 XX“ ”난 쓰레기야“라고 한 대목에서는 그의 사생활이 얼마나 문란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당연히 이들의 대화에선 영상 유출로 인한 상대 여성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요즘 같은 ‘비밀보장’이 어려운 SNS 시대에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무서움조차 없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정씨가 2016년에도 한 여성과 성관계 장면을 휴대폰으로 몰래 찍은 사실이 들통나 해당 여성의 고소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경찰에 출석한 정 씨는 핵심 증거물인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우겼고, 사건은 결국 ’혐의없음‘으로 끝났다.

정씨는 몇 개월 자제했던 방송 출연도 슬그머니 재개했다.

정씨는13일 새벽 사과문을 내고 “제 모든 죄를 인정한다”며 “저는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여성을 촬영하고 이를 SNS 대화방에 유포했고 그런 행위를 하면서도 큰 죄책감 없이 행동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흉측한 진실을 맞이하게 되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분들과, 실망감과 경악을 금치 못한 사태에 분노를 느끼실 모든 분께 무릎 꿇어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성 접대 혐의로 경찰의 소환조사까지 받은 승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렇게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다.

특히 이들이 청소년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연예인이어서 더욱 그렇다.

당연히 사법당국은 이들에 대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가 단순히 그들의 문제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아직도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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