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산지 폐기 그만…‘수출 플랫폼’ 구축해야”
“농산물 산지 폐기 그만…‘수출 플랫폼’ 구축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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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2. 제주 농업·농촌 발전을 위해

‘사회적 농업’ 관심 높아져 전국서 실천조직 선정,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중
제주농업도 치유·힐링 맞춤형 관광 상품 가능성…새로운 콘텐츠 제공 기대
도내 농산물 가격 안정화 위해 농업단체 등 합심해 수출 상설팀 개설해야  
재작년 2월 제주서부지역에서 본 선명한 한라산의 모습. 이제 다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재작년 2월 제주서부지역에서 본 선명한 한라산의 모습. 이제 다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산천초목을 적시며 내리는 비는 이미 와버린 봄의 기운을 더 하는 것 같다. 계절의 변화는 소리 없이 문밖에 도착해 여명의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담벼락의 수선화와 매화는 만개한지 이미 오래이고 봄에 걸맞는 소리가 제주도 농촌 새벽을 깨운다. 감귤 과수원에는 익숙한 전정사들의 가위 소리가 바쁘고 전지목을 부수는 파쇄기의 엔진 소리가 요란하다.

해마다 제주 농업인들을 긴장하게 했던 한파가 지난 겨울엔 자취를 감추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다음 농사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농업인들에게는 조금의 걱정을 키우는 듯하다. 겨울 나물로 재배했던 유채나물은 제주를 상징하는 유채꽃을 이르게 피우고 웃자란 보리는 가끔 바람에 일렁여 파도로 출렁이는 풍광은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의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지만 정작 우리네 농업인들에겐 수확 전 도복(웃자라 쓰러지는 현상)을 걱정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폐기하다 남은 월동 작물 중 일부는 아직도 밭 가득히 남아있고 수확하기도 전에 꽃이 피어버린 브로콜리 밭의 모습이 가슴을 처연하게 한다. 제주농촌 요즈음의 풍경이다.

전지목을 파쇄하는 만감재배 농업인. 내년 이맘땐 크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전지목을 파쇄하는 만감재배 농업인. 내년 이맘땐 크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한라산의 영봉이 뿌옇게 보이더니 이제는 선명하고 웅장한 자태를 쉽게 보지 못하는 나날들이다. 초미세먼지가 청정 제주를 뒤덮고 있어 천혜의 생태와 환경이 자랑인 쾌적한 보물섬의 이미지가 무색해진다. 그럼에도 주말 공항 대합실은 북새통을 이루고 수많은 여행객들은 제주를 즐기려 한다.

지지난주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하노이에서 개최된 세기의 이벤트는 해프닝으로 끝나버려 한반도는 아직도 전 세계의 격랑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러한 과정들이 한 켜 한 켜 쌓인다면 충분히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결과물들이 도출되어 질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에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이 농업·농촌 전문가 중심으로 전국적인 큰 관심과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시정과제 중 26번째인 사회적 농업은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고유의 기능과 경관, 교육, 건강, 치유 등 다원적 기능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취약 계층에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공공의 건강은 물론이며 사회통합과 포용 그리고 지역개발의 이익창출 측면에서 기능한다. 이 중 지역개발은 사회적 농업과 연관된 모든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효과로 농업부문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지난해 정부는 사회적 농업 실천조직 9개소를 선정했다. 전북 완주 사회적 경제네트워크, 충남 홍성의 행복농장, 경북 청송의 해뜨는농장, 전남 영광의 여민동락, 충북 제천의 농촌공동체 연구소, 충북 보은의 성원농장, 전북 무주의 팜앤시티, 전남 해남의 야호해남, 전북 임실의 선거웰빙푸드 등이다. 이 조직들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이 농업을 매개체로 농촌공간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지난 122일에는 앞으로 제정되길 기원하는 사회적 농업 육성법의 필요성과 정의 그리고 지원 대상 및 범위에 대하여 서삼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주최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관광이 제1산업인 우리도의 농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래전 필자가 학생 시절엔 여행의 목적은 견문을 넓히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배웠었다. 그때는 여행으로 얻는 치유와 힐링이라는 단어는 거의 접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요즈음의 사회 패턴에서는 모두가 치유와 힐링이 필요한 정신적인 사회적 약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제주를 찾아 제주의 풍광을 즐기려 함은 정서적인 공황을 완화시키려 함일 것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시설에서 감동을 얻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제주스러움에 그들은 더 큰 만족을 얻을 것이다.

우리네 농촌공간에서 행해지는 일상적인 영농행위가 치유, 힐링의 프로그램으로 정제되고 계층에 맞는 맞춤형이 되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상품 중 하나가 되어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은 사회적 농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통합에도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한 제주 농업의 품격 있는 산업으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에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는 첨단 농식품 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을 5월중 발주한다고 한다. 첨단 농식품 단지는 1·2·3차 산업의 융·복합을 통한 6차산업화로 제주지역 농산물 고부가가치화와 지역농민 소득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 포장하는 모습은 그럴듯하다.

그동안 JDC가 표방했던 7대 선도 프로젝트 대부분이 도민의 삶과는 유리된 집행으로 의도된 본질이 왜곡되면서 JDC의 족적마다 도민들에게 뭇매를 맞는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JDC가 도민을 생각하는 진정성에서 많은 의문을 낳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진다.

이번에 추진하고자 하는 첨단 농식품단지 조성사업도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또 하나의 매질거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된다. JDC가 진정으로 도민을 생각하고 도민 속으로 들어가려면 기관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활용도, 더 나아가서 땅장사라는 오해를 줄이려면, 이러한 방식은 안 된다.

대단위 유통, 가공시설이 있어야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치관이 대단한 방향착오라고 여겨진다.

제주도 농업의 특화점은 감귤을 중심으로 한 만감류와 월동작물로 대표할 수 있을 것이다. 방향은 너무 단순하다. 이미 처리할 수 있는 농작물은 차고 넘친다.

전회에서도 피력했던 것처럼 제주 농산물의 가격은 외부요인(자연재해)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제주도 농산물의 안정적인 가격지지를 위해서는 가능한 작목들에 대한 일정부분 국내시장에서 격리시킬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 농업은 해마다 반복되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시장과 격리시킬 수 있는 방법은 눈물을 머금고 산지 폐기하는 방법과 국외시장에 적극적인 수출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농심을 멍들게 하는 산지 폐기는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인류가 수억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에서 준 먹거리를 함부로 하고 이것을 방치하는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출이다. 해결해야 할 솔루션이 무척 많겠지만 산발적으로 행하는 수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어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선출된 농·감협의 조합장들과 수출전문가, 농업인 단체, 행정기관과 JDC가 제주도 농업 백년대계를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하고 상설팀이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왜곡으로 치닫던 JDC의 모습이 조금은 순화되고 농업인에게는 다소 시간이 걸릴 지라도 가까운 이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여지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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