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 제주, 교육의 가치가 바뀌어야
‘SKY 캐슬’ 제주, 교육의 가치가 바뀌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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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됐던 드라마 SKY 캐슬은 일부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의 엄연한 시대상이었다.

지금 학부모들은 너도나도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사교육 시장을 향하고 있다.

제주지역 초등학생들도 10명 중 7~8명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사교육 참여율은 68.4%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77.2%에 달했다. 이 역시 201776.4%보다 0.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자유학기제 도입과 고입 선발 고사 폐지 등으로 사교육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도 69.2%201764.9%보다 4.3%포인트 증가했다.

교육부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공교육 강화정책이 무색할 정도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계층별로는 저소득층의 참여율은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 비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교육열이 높은 상류·중산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교육이 이제 학령과 소득에 상관없이 제주도 모든 가정으로 확산되고 있다. SKY 캐슬이 다른 데 있지 않다는 얘기다.

높은 사교육비는 소비 활성화와 은퇴 준비의 걸림돌이 되는 등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 사교육비에 휘둘려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다. 노후 자금을 저축할 여력도 없다. 제주 사회의 SKY 캐슬화로 인한 부작용은 향후 일파만파로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는 대입 전형 단순화 등 대입제도의 안정적 추진과 방과후 학교 활성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재탕, 삼탕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사교육 병은 말 그대로 국가적문제다. 이 고질병 치유를 위해 정부가 서둘러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공교육 불신은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를 신뢰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고 초등돌봄교실을 확충하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의 생존 경쟁을 위해 자기 일생을 올인하는 사회에서 단지 공교육 강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미 우리 사회의 교육 격차는 기회균등, 제도 공정성만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고질적 상태가 됐다.

교육 가치가 바뀌어야 한다. 대학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돼선 안 된다. 부모의 돈과 정보력이 아닌 학생의 재능과 특기, 꿈이 대학의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성적지상주의와 학벌주의가 철폐되고 인간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길이 바로 사교육 문제의 해법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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