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칼로’를 만나다
‘프리다 칼로’를 만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1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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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오래전 지인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표지그림 또한 개성이 강하여 눈길을 끌었다. 일자 눈썹에 평범하지 않은 얼굴, 미술작품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읽는 내내 강한 이끌림으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프리다 칼로, 전통의상을 입은 초상화가 유난히 돋보인다.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쇠사슬로 묶인 전신을 형상하여 자신의 내면을 자화상으로 그려냈다.

상처가 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책을 덮은 후 한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거침없는 사랑과 집념을 다룬 영화에서 또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1920년 '프리다칼로'는 일곱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를 절개 되었고 열여덟 되는 해, 타고 가던 버스에 치이면서 큰 사고를 겪었다. 사고의 후유증으로 일생동안 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평생 동반자인줄 알았던 연인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을 하지만 천하의 난봉꾼과도 같은 디에고 리베라는 처재와 바람을 피우는 등 병적인 호색기질에 별거와 이혼을 거듭하면서 프리다 칼로를 고통 속에 옭아멘다. 디에고의 예술적 투지와 프리다에게서 예술혼이 뭔가를 체험하는 반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적 동반자로서는 존재하나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사랑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상처로 점철된 고백은 예술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게 했으며 1939년에 프랑스에서 열린 멕시코전을 통해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한다.

작품속의 그녀는 피 흘리고 상처받는 모습을 자신의 자화상으로 표현하여 강한 이미지로 빛을 발한다. 사슴을 자신으로 표현함으로서 모든 생명체는 하나라는 것을 드러낸다. 망가진 척추와 마찬가지로 작은 사슴은 단순한 비유를 통해서 고통의 희생자임을 보여주며 섬뜩할 만큼 광기어린 유산의 고통은 육체적 고통의 심각성을 표현한다. 프리다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온몸에 세밀하게 꽃혀 있는 못들이다. 척추 대신 차가운 철골 구조가 그녀의 몸을 지탱하고 있다. '부서진 기둥'은 그녀의 고통이 어느 만큼 인지 보여주고 있다. 프리다는 말한다. "나는 아픈 것이 아니라 부서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한 행복하다."

책으로 접했던 작품을 영화를 통해 감상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프리다 칼로'를 조명하며 나에게 묻는다. 나였다면 과연 어떠했을까, 운명의 밑바닥에서 저항하며 투쟁해 본 일이 있는가, 미미한 흠집도 자신을 합리화하며 운명을 탓하려 들지 않았는가를 생각해본다.

육체와 영혼의 파멸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아픔속에 피어난 절망의 꽃이야말로 진정 심오한 울림이 될 것이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던 작품들, 그녀의 작품은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다. 살아있는 명작으로 피카소나 바실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등의 찬사를 받으며 초현실주의를 넘어 민중 예술가로서 성공을 거두었다 할 수 있겠다.

영화 전반에 흐르던 음악이 가슴 깊숙이 남아있다. 그녀에게도 육체적 불행을 강요하는 운명의 굴레는 너무도 버거웠던 것일까.

나의 마지막 외출이 즐겁기를. 그리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마흔일곱에 마지막으로 남긴 그녀의 유언에도 회환이 굽이친다.

'프리다 칼로'의 삶을 들여다보며 인간의 고통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성찰하게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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