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 늘어선 대초원 지나 ‘별천지’에 닿다
기암괴석 늘어선 대초원 지나 ‘별천지’에 닿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3.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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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를 가다(7)
계곡을 벗어나 드넓은 초원으로 나오니 곳곳에 바위 지대가 펼쳐졌다. 사진은 이 곳에서 찾은 거대한 자연석으로 마치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보는 듯하다. 바위 지대 곳곳에 동물 형태를 한 바위 등 자연이 빚은 걸작들이 즐비해 감탄을 자아낸다.
계곡을 벗어나 드넓은 초원으로 나오니 곳곳에 바위 지대가 펼쳐졌다. 사진은 이 곳에서 찾은 거대한 자연석으로 마치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보는 듯하다. 바위 지대 곳곳에 동물 형태를 한 바위 등 자연이 빚은 걸작들이 즐비해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에 올랐을 때 일곱 개의 호수는 어디에 있을까?’ 하고 한참 찾았습니다. 정상 아래 세 개와 조금 아래 쪽에 하나는 볼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뭉흐하이르항 만년설이 녹아내려 형성된 호수는 파란 물이 가득해 신비로워 보였습니다. 게르(Ger) 주인에게 일곱 개의 호수는 어느 쪽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상 아래 네 개와 계곡 따라 내려가다 보면 계곡 주변에 두 개가 있고, 산 너머에 한 개가 있다고 합니다.

밤새 등이 갈라지는 것처럼 아파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지만, 습관처럼 새벽같이 일어나 일출을 찍으러 길을 나섰습니다. 야크 젖을 짜던 몽골 주인아주머니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는 괜찮겠냐는 표정을 짓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알타이 종주에 나서는데 여기서 아프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고, ‘참으면 곧 나아지겠지하며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

몽골 여인들의 하루는 쉴 틈이 없습니다. 아침에는 야크 젖을 짜고 양들을 풀밭으로 보내며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는 주변에 쌓인 야크 배설물을 주워 말립니다. 오후에 양들이 돌아오면 젖을 짜고 아이락(양이나 야크 등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것)’을 만듭니다.

야크 젖을 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몽골 여인.
야크 젖을 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몽골 여인.

반면 남자들은 양 떼를 몰고 나가면 온종일 하늘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본격적인 알타이 종주에 나섰습니다. 계곡 길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가던 길에 일곱 개 호수 중 한 곳에 들렀는데 황오리와 여러 종류의 새가 모여 있다가 차가 멈추자 날아가 버립니다. 오늘 갈 길이 멀어 오래 머물 시간이 없다는 소리에 몇 컷 찍고 다시 길을 재촉했습니다.

알타이 산맥 일대 바위들은 크고 작은 것들이 마치 바닷가 바위처럼 둥글둥글하고 무척 무거워 옛날에는 이곳도 바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드넓은 초원 곳곳에 있는 바위 지대에는 자연이 만든 걸작들이 즐비합니다. 마치 이집트 스핑크스를 연상시키는 바위와 각종 동물 형태를 한 바위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담았으면 했지만, 운전사가 서두르는 것을 보니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이런 바위지대가 한동안 계속되더니 서서히 숲 지대가 시작되며 지금껏 봐온 풍경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합니다.

지대가 조금 낮은 곳인지 파란 풀밭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만발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워낙 경사가 심한 지대라 차를 세워달라는 말하기가 어려워 그냥 눈 속에 담고 있답니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공기는 또 얼마나 시원한지. ‘~이런 곳이 별천지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몇 년간 몽골을 찾았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상쾌한 곳을 본 것은 알타이 산맥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느낌인가 했는데 일행 모두가 긴 호흡을 하며 이 상쾌함을 한껏 즐기는 표정입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산맥의 가운데 넓은 초원을 달리자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렇게 신나게 차를 달리는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몽골 가족이 게르를 철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운전사가 차를 멈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니 잘 아는 사이인 듯합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게르를 철거한다는 이들은 우리 일행이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바쁜 와중에도 아이락을 권합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 몽골족이랍니다. 카자흐스탄 몽골족은 주로 알타이 산맥 일대에 많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초원을 달려 바양얼기 아이마크(우리나라의 도())의 델롱솜에 도착했습니다. 강가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는데 강 주변으로 눈에 익은 야생란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보니 손바닥난초라 얼마나 반가운지 숟가락을 놓고 한참 동안 사진을 찍었답니다.

뭉흐하이르항 도손노루를 떠나 한참을 차로 달려 산비탈을 내려오자 드넓은 초원이 눈 앞에 펼쳐졌다. 초원에는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뭉흐하이르항 도손노루를 떠나 한참을 차로 달려 산비탈을 내려오자 드넓은 초원이 눈 앞에 펼쳐졌다. 초원에는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길을 나서 델롱솜을 벗어나자 풀 한 포기 없는 삭막한 지대가 나타나 어리둥절합니다. ‘이렇게 지형 변화가 심한가?’ 하고 눈을 의심케 합니다. 갈수록 검붉은 지형이 계속되고 곳곳에 카자흐스탄 몽골족의 묘가 보여 더 을씨년스럽습니다. 달리고 달려도 이런 길이 계속되면서 그동안 화창했던 날씨까지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서 어두컴컴해 마치 해가 진 듯한 느낌입니다. 주변은 탄광 부근에라도 온 것처럼 온통 석탄가루가 날려 시커멓고 바람은 또 얼마나 강하게 몰아치는지 차 문을 열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계곡을 지나는데 시커먼 물이 흘러 이런 곳이 있는가?’ 하고 생각하는데 자그마한 도시가 나타납니다. 오늘 묵을 곳이라며 한 호텔을 찾아 갔는데 마치 교실처럼 보이는 공간에 침대만 덩그러니 놓인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예약이 차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답니다.

운전사 남사르가 이 곳에 아는 친구가 있다며 찾아가 보잡니다. 바람과 먼지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계곡을 가다가 게르가 있어 들어갔더니 운전사가 잘 아는 카자흐스탄 몽골족입니다.

사정을 얘기하니 게르와 깨끗이 정리한 이불까지 내줍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밖은 여전히 거센 바람이 몰아칩니다. 바람에 날린 작은 돌멩이가 게르를 때리는 소리가 요란스러워 오늘 밤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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