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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나마스떼
  • 제주일보
  • 승인 2019.03.05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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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시인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입니다.

폭풍은 길 없는 하늘을 떠돌고, 배들은 흔적 없는 물 위에서 난파하고

죽음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아이들은 놀고 있습니다.

끝없는 세계의 바닷가에 아이들의 위대한 모임이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 일부

 

학창시절, 타고르의 시를 읽으며 먼 나라 인도에 가고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바다를 보며 기뻐하고 소리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도 물밀듯이 샘솟는다.

68일의 일정을 잡고 떠난 여행이다. 외국 여행이 처음이 아닌데도 이번에는 많이 설레고 긴장됐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고수마저도 즐겨먹는 편이지만 향신료가 강하다는 말에 생전 처음으로 밑반찬도 주섬주섬 챙겼다.

9시간의 비행기를 타고 인도 델리에 도착, 근처에서 일박을 한 후 인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갠지스 강이 있는 바라나시로 향했다. 인도여행 책자도 많이 읽고 최근에는 류시화의 산문집을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늘 머릿속에서는 갠지스 강물이 출렁이곤 했다. 작가는 이십 오년을 해마다 바라나시로 가는데 이제야 장소들과 그곳에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에 가려진 웃음과 슬픔이 보인다고 했다.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나를 반긴 건 세계 1위라는 미세먼지와 비가 오질 않아 풀풀 날리는 흙먼지, 그리고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냄새였다. 하지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하지 않았던가? 나룻배를 타고 갠지스 강의 화장터를 둘러보는데 하루 종일 시체를 태워서인지 근처는 연기로 자욱했다. 어느 곳에서나 화장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힌두교 인들은 죽어가면서 자식들에게 갠지스 강에 뿌려 달라고 유언을 한다고 한다.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죽어서 천국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미 천국은 만원이라는데, 그래도 헐벗고 굶주린 이들을 위해 자비로운 신의 배려가 있어 천국의 자리를 비워 두었음 싶다.

내가 꿈꿨던 아득한 나라의 아이들은 맨발로 다가와 초콜릿과 머니를 달라고 손을 내민다. 안쓰러워 현지 가이드에게 주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주는 순간 아이들에 둘러 싸여 있을 거라며 불쌍해도 모른 척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말썽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잰걸음을 옮기면서 미안한 마음으로 뒤돌아 봤더니 아이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래끼리 어울려 웃고, 소리치며 맨발로 뜀박질을 하며 논다.

인도의 아이들은 어렸을 적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고 줄넘기를 할 때 맨발이었던 나의 모습 그대로였다. 타고르의 시의 한 구절처럼 죽음의 곁에서 아이들은 모래로 집을 짓고 빈 조개껍질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신의 자비가 언제나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마스떼를 조용히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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