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28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도서] 구름공항

초등학교 2학년인 토미는 오늘 스쿨버스를 타고 견학을 간다. 토미는 겨울이라 습기가 차서 밖이 보이지 않는 버스 창문에 낙서하듯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낙서라고하기엔 그림이 수준급이다. 견학장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도착했다. 토미와 친구들은 신나서 빌딩으로 뛰어 들어가고, 선생님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간다. 날이 흐려서 전망대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가득하다. 토미는 안개 속을 헤매다가 귀여운 구름을 만난다. 구름과 인사하고 친구가 되어 구름을 타고 구름공항으로 가게 되는데.

위 이야기는 구름공항 그림책을 보고 쓴 나의 이야기이다. 스포일러를 염려하여 앞 부분만 공개한다. ‘구름공항은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의 글 없는 그림책으로, 칼데콧 아너 북(Caldecott Honor Book)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원제는 ‘SECTOR 7’ 이다.

구름공항엔 글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건 각자의 몫이 된다.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기에 이 책이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어린이 대상의 독서 프로그램에 활용하기 좋겠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내가 독서·문화 프로그램 담당자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더 확실한 것은 내가 어린이일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그림책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잠시 독서치료 공부를 할 때나, 중학교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 할 때는 그림책의 깊이를 느끼며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후 도서관과 잠시 멀어지면서 그림책을 사서 본다거나 이용자로서 도서관을 가더라도 따로 그림책을 찾아보지 않은 것을 보면 나의 무의식은 계속해서 그림책은 어린이가 보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제남도서관에는 구름공항 책이 3권 등록되어 있다. 3권의 인쇄 연도는 각각이지만 모두 2002년 판이어서 책의 구성이 같다. 맨 처음이 한 장의 그림으로 시작되고 그 뒷장 판권 면엔 그린이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있다. 그리고 그림책의 그림이 모두 끝나고 책의 맨 뒷쪽에는 작품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책의 줄거리가 간략하게 있고, ‘이런 점도 일깨워 주세요’, ‘옮긴이 리뷰란 제목으로 아이의 책읽기나 독후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너무나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는데, 책이 이렇게 구성되어 출판된 걸 작가는 알았을까. 다행인 건 오늘날까지 그림책 분야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을 것이고, 몇 년 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구름공항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구름공항을 의식적으로 다시 펼쳐본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며 예전에 좋아했던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오프닝 장면들이 생각난다. 구름을 타고 다니는 토미를 보며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공상과학 그림을 그리라고 하면 때마다 구름모양의 나는 자동차를 그렸던 추억이 새록새록 한다.

추억에 빠져도 좋고 내 안에 숨어있는 어른아이를 위로해도 좋을 것이다. 어른의 상상력과 창의력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펼쳐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김서희 제남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