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데…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2.2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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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보름전에 있었던 일을 소환한다. 양윤경 서귀포시장이 지난 15일 서울을 찾았다. 국장 3명과 과장 3명 등 12명의 공무원이 동행했다. 재경 서귀포시(향)우회 시정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시정설명회는 서귀포시가 마련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행정시가 서울에 사는 출향 인사들을 초청해 시정설명회를 가진 것은 서귀포시가 처음이다. 제주시는 이전에도, 올해도 하지 않았다.

특별자치도 출범 후에도 재경향우회 체육행사 등에 시장이 참석해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는 해마다 있어 왔지만 따로 시장이 간부 공무원들을 데리고 서울까지 가서 시정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정설명회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귀포시는 시정설명회에서 지역의 발전상과 주요 현안 및 투자 사업, 축제 등을 소개했다. 서귀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 시장이 출향 인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시정에 협조를 구하는 등 소통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 시장에게는 없었던 양 시장의 이례적인 행보에 여러 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통을 확대하는 차원이다’, ‘광폭 행보다’ 등등.

그래서 그런가? 양 시장은 본인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년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자천타천(自薦他薦)은 아니고 일방적인 타천(他薦)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계속 물고 늘어진다. 지난 25일 열린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서귀포시 소관 2019년도 주요업무 보고에서 현길호 의원은 양 시장에게 “이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는데, 다른 선거 출마 계획은 잡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양 시장은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때도 의원들께서 질문한 적이 있어서 당시 시원하게 답변한 바 있다”고 했다. 한마디로 출마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현 의원은 지난해에도 “항간에 출마설이 있는데, 미래 권력으로 조직을 장악할 건가. 공직사회는 미래 권력에 대한 충성도도 있다”며 (국회의원같은)선출직에 출마한다고 해야 공무원들이 말을 잘 듣는다는 식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정민구 의원도 현 의원을 거들었다. 정 의원은 양 시장이 임기를 마치면 자연인으로, 농민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소신을 다해서 시정 발전에 임하다가 자연인이 되겠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주변의 뜻이 그렇다면 조금은 고민할 여지가 있다는 등의 의례성 멘트라도 해야 공직자들이 혹시 (선출직에)나올 건가해서 따라온다. 미래 권력에 조금이라도 여운이 없다면 결코 따라가지 않는다”고 했다. 현 의원과 정 의원의 발언은 취지야 어떻든 서귀포시 공무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양 시장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업무보고에서 밝혔던 것처럼 현재로선 국회의원 출마 계획이 없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그의 출마와 관련해 계속 묻는다. 내년 총선 때 같은 당 소속의 위성곤 국회의원을 위협할 인물로 양 시장을 꼽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양 시장은 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등을 역임한 경험으로 농민지지층 두텁다. 4ㆍ3희생자유족회장도 지냈다. 지금은 위 의원 지역구인 서귀포시장이다. 농민과 4ㆍ3 유족, 그리고 현직 시장.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만약에 양 시장이 출마할 경우 내년 서귀포시지역 국회의원 선거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게 제주정가의 분석이다.

양 시장은 선거를 치른 경험도 있다. 2014년 신구범 전 지사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때 러닝메이트(서귀포시장)으로 나선 바 있다.

양 시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아니, 출마 계획이 없다며 아예 선을 긋고 있다. 시정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은 그렇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치는 생물이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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