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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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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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선 수필가

나는 효소 찜질을 좋아한다. 편백나무로 만들어진 통 속에 들어가 찜질을 한다. 뜨거워진 고운가루의 쌀겨를 사람이 누울 만큼 파내어 모래찜질하듯 얼굴만 내놓는다. 사람들은 미생물 효소에 의해 몸속에 쌓여진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해 준다 하여 이용한다. 몸 안의 독소와 노폐물이 어떤 모양인지 본 일은 없다. 15분 동안 효소와 나는 통속에서 하나가 되는데 뜨거움을 즐긴다.

찜질방 주인의 걸쭉한 입담은 때에 따라서 타이머 소리가 울려야 끝이 난다. 전기나 불을 이용하지 않았기에 효능을 느껴 보려고 사람들이 찾는 이유이다. 이 맛에 길들여져 몸이 손짓하면 사우나보다 비싼 가격이지만 찾아간다.

이곳은 큰 수술을 받은 후 부어있던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며 소개받았다. 그 집 마당에 들어서자 효소냄새가 두엄처럼 진동하였다. 구석진 곳의 작은 텃밭에는 상추와 가지·고추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두 달 정도 사용된 쌀겨는 폐기하는데 텃밭에 뿌려주니 흙 심을 돋구어주고 있나 보다.

다육이 종류는 초록과 빨강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지난겨울에는 주인이 일찍 퇴근 하며 다육을 들여놓지 않았다가 밤새 내린 눈으로 녹아 버렸다. 한쪽에 자리한 큰 항아리 뚜껑이 어항으로 탈바꿈 하였다. 빨간 금붕어와 물옥잠이 한데 어우러졌는데 웬 철망이 덮여 있다. 왜 그랬을까.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데 양이야, 왔어? 거기 앉아, 밥 줄게다정한 목소리로 누구에겐가 말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온 줄 알았다. 야옹소리를 듣고서야 길양이인줄 알았다. 밥시간만 되면 치열하게 영역다툼인지 싸우는 소리와 때에 따라서는 어항에 기르는 금붕어도 한 번의 밥이 되었다. 왜 그랬냐고 야단을 치면서 쫓아냈더니 이물질을 토해놓기도 했다 한다.

전에 살았다는 할머니가 저승길에서 길양이로 태어났을까. 뒷모롱이로 눈을 돌리니 배 아래쪽에서 턱 밑까지 새하얀 털이 몸체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다. 길양이 머리와 등은 윤기 나는 검정 털이다. 사람들은 길거리를 자기 집 삼아 출몰하는 고양이를 길양이라 부른다.

집주인은 예쁜 플라스틱 그릇에 콩알 사료 서너 줌을 넣어 주면서 상전 대접을 한다. “맛있게 잘 먹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길양이는 대답이라도 하는 듯 새까만 눈동자를 한번 굴린다. 예쁘다. 사이좋은 길양이 식사시간이다. 길양이는 그릇을 비움과 동시에 울타리 너머로 사라진다.

애완동물을 좋아하지도 않는 주인은 이물질을 여러 번 늘어놓자 고민에 빠졌다. 우주의 구성원인데 잘살고 못사는 근원은 무엇일까. 망설이던 주인은 조물주가 밥시간에만 사료 준비하라는 예시로 받아 들였다 한다.

병후회복을 위한 몸관리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쓰담쓰담거리며 평생을 친구처럼 길들여야 한다. 식물과 동물도 말은 하지 못해도 길들여지는 인간의 손맛을 안다. 따뜻한 말을 건네며 사료를 준비하는 그녀에게서 동물에 대한 인간미를 느낀다. 잔별이 내려앉았던 텃밭을 바라본다. 속삭임이 들린다. 우리는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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