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뚜렷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세계 문학 전집 같은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어서 읽게 되었던 거 같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책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중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접했는데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우중충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읽기 어려워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위선 속에서 살아간다. 모든 사람들이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또래 친구들만 봐도 그렇다.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것은 나조차에게도 해당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요조는 어렸을 적부터 인간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뿐만 아니라 두려워했다. 인간관계 맺기를 어려워한 요조는 자신 본연의 모습을 숨긴 채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 가기 시작한다. 이러한 요조가 점점 위선이 가득한 인간사회 속에서 극단적으로 파멸에 이르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는 39년이라는 짧은 생 속에서 총 다섯 번의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의 자기 파멸적 성향은 글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남들보다 가진 것이 많았던 것에 대한 죄의식에 평생 시달려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됐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할 만큼 작가의 기괴한 원죄 의식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한 그가 쓴 이 책은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나약함, 불신감, 절망감 등 많은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애초에 나는 사람들이 살아갈 때에 자신을 숨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이 책의 주인공인 요조는 그것을 ‘인간실격’이라고 여기며 마지막까지도 괴로워했다.
인간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위선이 누군가에게는 죄의식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누구에게라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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