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성장이 제주 미래 경쟁력…인재 양성 관심 가져야”
“대학 성장이 제주 미래 경쟁력…인재 양성 관심 가져야”
  • 홍성배 기자
  • 승인 2019.02.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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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
명예 퇴임을 앞둔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이 지난 22일 제주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명예 퇴임을 앞둔 허향진 전 제주대 총장이 지난 22일 제주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향진 전 제주대학교 총장이 오는 28일 명예퇴임 한다. 1984년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된 허 전 총장은 제8대와 제9대 총장에 선출되면서 최초의 연임 총장으로 기록됐다. 총장 재임 중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제주대 캠퍼스에서 허 전 총장을 만나 대학을 떠나는 소회와 격변하는 현실 속에서 지역 대학의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을 떠나는 소회는.

-얼마만큼 공감할지 모르겠지만 대학의 역량이 지역의 수준이라고 본다. 제주 미래 발전에 있어 대학이 동반 성장하지 않으면 지역의 발전도 담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 결과 총장 연임의 기회가 주어졌고 성과도 없지 않아 개인적으로 영광이었고 보람도 컸다. 우리 대학은 2010년 2월 내가 총장에 취임할 당시보다 등록금이 낮아졌다. 국립대라 하더라도 이 같은 재정적인 문제와 정부의 간섭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전국 유수의 대학과 경쟁하며 다른 대학 못지않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대학 구성원들의 노력과 뒷받침 덕분이었다. 더불어 제주도와 도의회, 도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점에 대학을 떠나게 됐지만 명예교수로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학 발전에 미력이나마 보탤 생각이다.

▲8년간의 총장 재임 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는가.

-대학은 교수들의 연구 역량이 비교가 되고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우수 교수진 확보와 연구 역량 강화를 우선시 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충분한 재정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교수로 있을 때부터 느껴왔던 게 우리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은 물론 다른 지방 국립대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전의식이 약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교류본부를 만들어 국제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 학생들에게 외국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세계의 흐름은 어떤지 직접 체험하고 나도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취업전략본부를 만들어 학생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덧붙인다면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한 환경 개선이다. 오래된 시설은 거의 다 리모델링했다고 보면 된다. 박물관・디지털 도서관 등의 신축도 이뤄졌다.

▲총장을 연임하면서 보람찬 일과 아쉬움이 남는 일이 있다면.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제 우리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고 제대로 준비만 하면 해외에 나가 한 학기를 마칠 수 있다. ‘7+1’이라고 하는데, 7학기는 제주대에서 하고 나머지 1학기는 외국대학에 마친다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체계화 했다는 것에 상당한 보람을 느낀다.

2009년 전국에서 상당히 많은 약대가 신설될 당시 우리는 총장 공백기에 놓이는 등 신청도 못할 상황이었다. 취임 후 전북대 총장과 함께 국회와 정부 부처를 돌아다니며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임기 중에 매듭을 짓지 못했다. 지난해 시작된 교육부 공모에 우리 대학이 응모했는데 잘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계에 부딪쳤던 등록금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전국 97개 4년제 대학 등록금 순위에서 우리 대학이 90등이었다. 우리 밑에 있는 일반대학은 안동대 하나뿐이었다. 우리 대학의 학생 1인당 평균 연간 등록금은 부산대・경북대 등에 비해서도 50만원 정도 싸다. 전체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최소 60억원 정도 수입이 적은 것이다. 그 돈이면 연구비도 지원하고 여러 사업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었는데…. 물론 학생들한테 전적으로 부담하라는 게 아니다. 요즘 국가장학금이 좋아 저소득층 학생들은 거의 등록금을 안 낸다. 우리 대학의 각종 장학금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등록금을 일부 인상해도 학부모 부담은 그리 커지지 않는다고 본다.

▲대교협 회장을 역임했는데 도내 대학을 포함해 대학 현실을 어떻게 보는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충원 위기, 등록금 동결 등으로 인한 재정 여건 악화와 같은 문제점들을 모든 대학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사회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연구와 학생 교육 등이 그 방향으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대학은 세계 대학과의 경쟁이 필연적으로, 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10년 내에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나 기업이 인재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양질의 인적 자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대학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왜 명예퇴직을 결정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총장을 연임하다보니까 8년이 지났고, 그 전에 2년간 제주연구원장을 지내서 10여 년간 강의실을 떠나 있었다. 당연히 연구실도 비웠었고. 학문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시대에 새롭게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낡은 지식 밖에 없는 내가 강의하면 학생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안 될 것도 같았다. 1년 더 하기 위해 다시 준비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 않는가. 교수라는게 티오(TO・정원)가 있기 때문에 빨리 떠나주는 게 젊은 인재를 뽑을 수 있어서 대학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총장시절부터 끝나면 1년쯤 있다 물러나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향후 계획은 어떠한가.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의 해외 대학 전문가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3년간 연간 30일 이상 중국 체류 조건으로, 경비는 전액 중국 정부가 부담한다. 상무부 산하의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에서 특강도 하고, 세미나도 참석하며 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주 관심사는 관광을 포함해 중국의 경제다. 제주에서는 당장 이렇다 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혹시라도 봉사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지고 기회가 되면 역량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으면 해야지 않나 싶다.

▲끝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미국이나 일본만 해도 지역마다 좋은 대학들이 있다. 제주에서도 우수 인재들이 제주대에 많이 올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지역 인재들이 제주에서 공부하고 제주에 남아 제주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물론 정부나 대학이 더 노력하고 잘 해서 인재 유출을 막는 게 우선이겠지만. 더불어 언론이든, 행정이든, 도의회든 도민사회가 대학 발전을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성원해 줬으면 고맙겠다.  

▶ 대담=홍성배 선임기자·사진=임창덕 차장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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