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기각’ 4·3 생존수형인 형사보상 청구
‘공소 기각’ 4·3 생존수형인 형사보상 청구
  • 고경호 기자
  • 승인 2019.02.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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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주지법에 청구서 제출

제주4·3 당시 불법 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가 70여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생존수형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을 청구했다.

양근방 할아버지(87) 등 생존수형인과 가족, 유족 등 18명은 22일 제주지방법원을 방문해 형사보상 청구서를 제출했다.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구금 또는 형의 집행을 받은 자가 무죄 판결을 받거나 공소 기각의 재판을 받을 경우 국가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양 할아버지 등 생존수형인 18명은 2017년 4월 제주지방법원에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이들은 4·3 당시 모진 고문과 폭행, 협박 속에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 등을 강제로 뒤집어 쓴 채 1948년과 1949년에 열린 불법 군사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재심 결정에 따라 지난달 17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불법재판 재심 청구 선고 공판에서 생존수형인 18명은 사실상 무죄 판결인 공소 기각 선고를 받았다.

아무 죄도 없이 공권력에 의해 끌려가 일평생 ‘빨간 딱지’를 달고 살아야 했던 이들이 70여년 만에 억울한 누명의 한을 해소한 것이다.

재판부의 공소 기각 판결로 명예를 회복한 이들은 이제 형사보상을 청구함으로써 본격적인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

청구 규모는 총 53억5743만원이다. 2019년 기준 최저 시급에 하루 8시간을 적용한 후 수감일수를 곱해 산출했다.

재심과 형사보상 청구를 진행하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는 “청구액은 수감 일수와 법정 출석 일수 등을 모두 적용해 최대치로 산출했다. 실제 보상액은 줄어들 수 있다”며 “재심 판결문을 법무부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무죄 등 재판서 게재 청구서’도 접수한 상태다”고 말했다.

양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가시밭길을 걸어왔지만 늦게나마 억울함을 푼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다”며 “불법 구금에 대한 보상도 조속히 이뤄져 생존수형인들이 여생을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기성 할아버지(98)의 아들은 “아버지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금전적인 보상만으로는 불법 구금으로 잃어버린 꽃다운 청춘을 돌려받지 못한다”며 “다시는 아버지가 겪었던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얘기했다.

한편 4·3 생존수형인들의 재심을 돕고 있는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대표 양동윤·이하 4·3도민연대)는 형사보상과 별개로 오는 4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했다.

또 아직 억울함을 벗지 못한 다른 생존수형인들을 모아 재심을 청구할 방침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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