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의 둥지 '제주등하학교' 폐교
학교 밖 청소년의 둥지 '제주등하학교' 폐교
  • 정용기 기자
  • 승인 2019.02.21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 들어 학생 급감, 1992년 개교 후 27년
제주시내 비정규·특수학교 3곳으로 줄어
지난 20일부로 공식 폐교된 제주등하학교에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 20일부로 공식 폐교된 제주등하학교에 가보니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제 가정보다 녀석들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헌신한 시간이 어느덧 20년이 넘었네요….”

학교 밖 청소년들의 둥지였던 ‘제주등하학교’가 개교 27년 만에 문을 닫았다.

21일 제주시에 따르면 제주등하학교는 최근 지원 보조사업 포기서를 제출하는 등 운영 중단 절차를 밟고 지난 20일부로 공식 폐교했다.

등하학교는 1992년 10월 학교 밖 청소년 14명을 위해 처음 문을 열었다.

초대 교장이었던 강종숙 선생님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손을 뻗었던 대학생들이 함께 등하학교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등하학교는 해마다 검정고시 합격 졸업생을 꾸준히 배출했다.

폐교 전까지 300명이 훌쩍 넘는 청소년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일부는 대학 진학의 목표까지 이뤄냈다.

20년 넘게 등하학교 교장을 맡았던 강재흥씨는 “제 직장, 제 가정보다도 이 녀석들을 졸업시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헌신한 시간이었다”며 “제자들의 꿈인 대학에 보내고 도움을 주고자 장학금을 받으러 대학 또는 장학단체 등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소회를 전했다.

강씨는 “그래도 지금껏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의지와 등하학교 자원교사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등하학교 자원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지속적으로 행정, 교육당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연간 5000만원이 지원돼 학생들의 교육 등에 쓰였다.

이처럼 20년 넘게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운영됐던 등하학교는 올 들어 학생 수가 급감했다.

지난해만해도 43명에 달했던 학생수는 이달 들어 25명으로 줄었다.

등하학교 측은 이 학생수로는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폐교 절차를 진행했다.

제주시와 제주도교육청은 남은 학생 25명이 학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들에게 학업 유지 의사를 묻고 청소년들은 일반학교로, 성인들은 특수학교인 동려평생학교로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 성인문해교육 및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등하학교의 폐교로 제주시내 비정규·특수학교는 3곳만 남게됐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