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획] 지속가능한 농어업 발전, 모두를 위한 길
[제주일보 기획] 지속가능한 농어업 발전, 모두를 위한 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2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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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순 ㈔제주도 농어촌체험휴양마을협의회장

1. 제주의 ‘온전한 발전’ 위해

제주 농업·농촌 정책, 충분한 인프라에도 유통시장 부족에 악순환 반복 
지난해 12월 농어업·농어촌 특위 법률안 국회 통과해 내달 중 특위 출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내달 실시…안정된 농산물 생산·공급 해결책 절실
발전 아래 무분별한 개발 반성…땅·환경 지키며 우리 문화 복원 노력해야 
농촌마을에 풍광이 좋은 곳은 농지, 임야를 가리지 않고 공동주택 건설의 장소로 파헤쳐지고 있다.
농촌마을에 풍광이 좋은 곳은 농지, 임야를 가리지 않고 공동주택 건설의 장소로 파헤쳐지고 있다.

동녘 햇살 기운이 강하다.

이 겨울 포근함이 계속되는 날씨는 농촌에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는 것은 아닐까?

벌써 2월이다. ‘벌써라는 어휘는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포함되는 것 같다. 오세영 시인의 ‘2이 문득 생각난다.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를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기대와 아쉬움이 많았던 2018년을 뒤로하고 황금돼지의 해라는 기해년을 희망가득한 마음으로 맞았었다.

유난히 포근하고 잦은 비는 월동작물의 성장을 부추기고 지난 여름 불볕에서 작은 기대를 하면서 거름주고 물주면서 키운 월동작물들은 작황이 기대보다 좋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의 월동작물들은 작황이 좋으면 걱정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양배추, 브로콜리, 유채, 무 등 대부분의 월동작물들이 정상적인 가격형성이 되지 않아 수확을 포기하거나 폐기의 수순을 밟아가는 것 같다.

출하초기에 고공행진을 하던 노지감귤 가격도 바닥을 치더니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시설하우스마다 꽉 찬 만감류 역시 농심을 만족시켜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이 조그마한 섬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연재해에 의한 수확량의 자연감소와 혹한으로 인한 내륙 남부 지방의 동일 작물들의 피해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만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

언젠가 정부에서 ICT의 최강국인 대한민국의 수많은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측가능한 산업들이 미래를 계획하는데 왜 우리 농업, 특히 제주도의 농업만 적용이 되지 않을까라는 불만을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일부 농업인들은 시설농업(만감류)은 이미 포화상태에 와 있음에도 해마다 연초에는 시설하우스에 대한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시행됨에 대한 분통을 터트린다.

일리가 있다.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제주의 풍광은 과수원과 밭의 경계가 분명하여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많은 기대를 품고 제주를 즐겼으나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제주는 그렇지 아니하다.

많은 면적에서 검푸름이 하얀 비닐로 덮여 눈을 어지럽게 하거나 중산간 일대에 수많은 구축물이 들어서 있는 모습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되어 기대감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많게 하는 제주의 풍광이다.

정책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제주도의 농업·농촌 정책이 온전히 제주도의 100년 대계를 담고 있을까? 수많은 농업·농촌 정책들은 충분한 피드백과 고민없이 관례대로 집행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수많은 정책들이 농업인프라 구축에는 충분하게 농촌에 투입되었다고 생각되어진다. 물 관리를 위한 농업용수와 재해대책, 생산시기 조절을 위한 시설하우스와 저장시설 등, 짧은 시간 안에 구축된 인프라는 제주의 농업경쟁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다만 구축된 하드웨어를 적극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너무나 부족하다.

국내 유통시장은 국내 경기와 공영도매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야하는 아쉬운 현실이다.

기본적으로 생산량에 대한 예측은 종자 공급업체에 의존해야 되고 판매가격의 형성은 생산자 단체인 농협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투기로 여기는 중간상인에게 기대야 되는 것이 현실인 것은 어쩌면 우리가 해마다 악순환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일 것이다.

다음 달 사상 두 번째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전국 1411개 참여대상 조합 중 1346개 조합에서 실시되는데 이 중 농업협동조합이 1116개 조합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제주도 역시 지역농협 19, 단위농협 1곳 등 20개 농협에서 새로운 생산자 대표를 뽑기 위한 치열한 경쟁들이 전개되고 있거나 전개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조합원들의 가려운 곳을 살짝 긁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중심의 공약이 난무했었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예측불가능한 제주도의 농업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들이 모든 후보자가 공유하고 실현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인 조합원들 역시 우리 농산물의 안정된 생산과 공급을 위해서 무엇을,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혜안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고 여겨진다.

그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아있던 농업·농촌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지난해 127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률안의 목적은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며 그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가와 국민경제의 기반인 농어업과 농어촌의 발전 및 농어업인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월 중 특별위원회가 출범하여 향후 5년간 대한민국 농어업·농어촌의 백년대계를 세워갈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는 지속가능한 발전방향이 핵심 키워드이다.

과연 제주도의 농어업 및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모델들을 만들기 위해서 현장에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즈음하여 교회의 지도자이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러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구를 모든 사람의 공동의 집이라고 부르시면서 이 공동의 집을 보전하기 위하여 모든 인류 가족을 함께 모아 지속가능하고 온전한 발전을 추구하도록 하는 일을 함께 해야 한다고 하셨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우리만 편하자고 미래 세대의 몫을 먼저 빼앗아 버리지 말자는 뜻이고 온전한 발전이라 함은 몇몇 특권적인 국가나 사회계층만을 위한 발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발전의 길을 가자는 뜻이다.

그동안 제주도가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제주도 전 지역을 파헤치는 모습,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농촌공간에서의 타운하우스와 아파트단지, 신재생에너지 생산이라는 이유로 절대농지에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시설 등등 과연 무엇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으며 온전한 발전을 위함인지 반성을 해보아야 될 것이다.

오세영 시인의 ‘2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벌써 2월 중순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고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이 되고 있지 못하여 가장 쉬운 얘기를 가장 무겁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농어업·농어촌의 발전은 공간의 유지뿐만 아니라 그 안에 머무르는 우리 모두가 대대손손 보물섬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의 땅과 환경·생태를 소중히하고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복원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변함없이 코앞에 봄이 와 있음을 알리는 전령사인 ‘매화’…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변함없이 코앞에 봄이 와 있음을 알리는 전령사인 ‘매화’…언제까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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