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300억원의 사나이
현상금 300억원의 사나이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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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논설위원

영화 암살을 잠시 들여다본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과 임시 정부 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 살인 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20157월 개봉했다.

180억원을 투입해 만든 블록버스터로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 등이 주연을 맡았다. 2015815일 관객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 영화로서는 12번째, 외화를 통틀어서는 16번째 1000만 영화 기록을 수립했다.

이 영화에 특별 출연한 조승우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 역을 맡았다.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고 대사를 할 때에는 영화가 급반전되면서 김원봉의 눈초리에 이목이 집중된다.

밀양 출신 독립운동가로 의열단을 조직해 백범 김구와 함께 독립운동계의 양대산맥을 잇는다. 중국, 독일어에 능통하고 위장에 능해 일본경찰들을 농락했다. 교토삼굴(狡兎三窟, 영리한 토끼는 굴을 3개 판다)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에서 거사를 앞두고 우리도 잊혀지겠지라는 비장함을 보인다. 그렇듯 귀국할 때 백범과 김원봉은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모든 환호는 이승만의 차지였다. 결국 백범은 암살되고 약산은 북한에서 숙청을 당해 쓸쓸한 종말을 맞이한다. 가족들은 총살당한다. 한 마디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살았다.

김원봉은 영화 밀정에도 등장한다. 이병헌이 그로 변신했다. ‘밀정은 역사상 실재했던 황옥 경부폭탄 사건’(黃鈺 警部爆彈事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20년대 일제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자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묘사한다.

이때 의열단이 들여온 무기의 양은 대형 시한폭탄 6개 및 그 부속품, 뇌관 각 6, 소형 작탄 17, 암살용 소형 폭탄 13, 권총 5, 실탄 155, 조선혁명선언 360, 경고문 550매에 이른다. 이들 폭탄 성능이 당시 일본 육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이 매우 정교한 것이었다. 이게 서울까지 반입됐으니 조선총독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김원봉은 톈진에 머물며 이 일의 추진 과정을 총지휘했다.

영화 제목 밀정은 황옥(이정출)의 역할에서 따왔다. 그는 당시 경기도 경찰부 고등과 소속 경부였다. 반면에 고려공산당 비밀 당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른바 이중스파이인 셈이다. 조선총독부는 폭탄 규모와 수준보다 현직 경찰이 개입했다는데 더욱 놀랐다. 황옥은 동지 김시현의 거사 협조 요청에 종로경찰서 투탄 사건 조사를 위한 출장길에 톈진에서 김원봉을 만난다.

이뿐만 아니다. 김원봉은 또 드라마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먼저 이몽’(MBC, 20195월 방영)에 나타난다. ‘이몽은 일제강점기 경성과 만주, 그리고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펼치는 첩보 멜로 드라마로 독립투쟁의 최선봉이었던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과 일본인에게 양육된 조선인 외과의사 이영진이 상하이 임시정부의 첩보요원이 돼 태평양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활약하는 블록버스터 시대극이다.

KBS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광복절을 전후해 첫 방송될 예정이다. 역시 주인공은 독립운동가인 김원봉이다. 이처럼 요즘 들어 김원봉에 대한 재조명이 많아지고 있다.

김원봉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테러리스트답게 변신의 명수였다. 그 증거가 그가 사용했던 이름이다. 그는 김약산(金若山최림(崔林진국빈(陳國斌이충(李沖김세량(金世樑왕세덕(王世德암일(岩一왕석(王石운봉(雲峰김국빈(金國斌진충(陣沖김약삼(金若三) 같은 이름들을 번갈아 사용했다.

그는 십대 시절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금릉대학(난징대학)에서 수학한 뒤 신흥무관학교로 적을 옮겼다. 그곳에서 13명의 동지와 함께 천하에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한다며 의열단을 창설했다. 스물한 살 때의 일이다.

이후 김원봉은 체포 대상 1호가 당시 현상금이 지금 가치로 300억원이 넘었다. 이때 김구의 현상금은 58억원이었다. 이제 곧 3·1운동 100년 되는 날이 오고 올해는 임시정부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 번쯤 그의 열혈한 독립운동 정신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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