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이 자초한 ‘개발 불신’ 여기서 끝내야
행정이 자초한 ‘개발 불신’ 여기서 끝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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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행정이 문제였다. 대규모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원칙없이 ‘고무줄 잣대’로 기준을 변경하면서 문제를 불렀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이를 확인했다. 제주도감사위는 그제(18일) 하수역류 사태로 불거진 신화역사공원 상하수도 인허가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최근 제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개발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이다. 감사위는 감사결과 위법·부당 사항에 대해 기관경고, 시정(주의)요구, 통보 등 행정상 조치와 5명에 대한 신분상 조치를 취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이번 감사위 감사결과의 핵심은 제주도의 상하수도 원단위 산정과 적용기준 변경이 ‘부적정’ 했다는 결론이다. 원단위란 계획대상의 수요예측과 규모 결정을 위한 기본 단위를 뜻한다. 감사위는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 과정에서 원단위를 부적절하게 적용해 계획 급수량과 계획하수량을 과소 산정·처리했다고 밝혔다. 관광숙박시설 객실 면적이 늘어났고, 이용인구가 증가했지만 계획 오수량 증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그 결과가 하수역류 사태로 이어지면서 개발사업에 대한 불신의 불을 지폈다.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의 문제는 감사위 감사와는 별도로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까지 불렀다. 도의회는 제주에서 이뤄진 대규모 개발사업장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도의회가 조사를 통해 들여다보게 되는 사업은 신화역사공원을 비롯해 50만㎡ 이상 관광개발 사업 및 유원지 사업 등 모두 22곳이다. 도의회는 이들 사업이 제주도 환경에 미친 부정적 영향, 개발사업자에게 부여한 부당한 특혜, 이로 인한 제주도 재정적 손해 등을 조사한 뒤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조사는 올 연말까지 이어진다.

토착자본이 열악한 제주는 외부자본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논리가 마치 명심보감처럼 통용된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제주도는 한 푼의 자본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은 물론 인·허가 과정에서의 갖은 특혜를 제공했다. 그 결과 외부자본 유치라는 일정 결과를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면에는 씻기 어려운 생채기를 남겼다. 이른바 난개발로 상징되는 부작용이 제주 전역에 독버섯처럼 번졌다.

현실적으로 제주에서 관광개발은 불가피하다. 이는 비단 제주가 아닌 곳이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관광개발이 지역의 발전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되지 않는다면 문제다. 이게 ‘지역과 공존’이다. 그 기반은 신뢰다. 이번 감사위의 감사결과는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이 남발한 ‘고무줄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사실이지만, 이는 진작 예견된 일이다. 제주도는 이번 기회에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제주개발의 흑역사는 여기서 멈추고 공존과 신뢰의 새 역사를 써 나가길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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