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는가
누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는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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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어느 시대나 아프고 힘든 청년 시기가 있었다고 웅변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대학 졸업식에 가보고서도 할 수 있을까. 졸업이 곧 실업이자 슬픔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제주대학교 전기 졸업식장에는 취업난에 고통받는 졸업생들의 마음을 반영한 수많은 현수막이 나붙어져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졸업인가 백수인가’, ‘졸업 후 취업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에서부터 영화 극한 직업을 패러디한 극한 취업에 이르기까지. 또 취업 준비 등으로 몇 년 늦게 졸업하는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있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8.9%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체 실업률도 4.5%, 1월 수치로는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벌이면서 느끼는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 실업자도 상당히 많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통계보다 2~3배 이상 높다. 지난 1월 체감실업률은 23.2%로 치솟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 체감실업률이 3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취업이 안 돼 졸업을 미루는 대학 5~7년생’,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않아 인턴을 전전하는 호모인턴스가 부지기수다.

이러니 젊은이들에게서 헬조선(지옥 같은 나라)’이니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준비생 열 명 중 네다섯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꿈과 도전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게 정상적인 나라인가. 취업 문턱에서 좌절해 청년들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끊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미래 취업 여건은 더욱 암담하다. 앞으로 3~4년간은 최악의 취업난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졸업을 유예했던 학생들이 취업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300인 이상 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은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채용 감소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장을 받자마자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하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나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단기 처방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노동시장이 청년 고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일자리는 더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일자리의 종말이 다가오는데 비정규직과 정규직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부와 제주도는 응급처방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는 근본적인 일자리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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