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기획] 1년 만에 다시 찾은 몽골…황홀한 별천지 풍경 여전
[제주일보 기획] 1년 만에 다시 찾은 몽골…황홀한 별천지 풍경 여전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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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바람의 고향, 초원의 나라 몽골
우리말의 고향 알타이를 가다(4)
몽골 홉드를 출발해 뭉흐하이르항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드넓은 초원. 곳곳에 양 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몽골 초원길은 언제나 그렇듯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몽골 홉드를 출발해 뭉흐하이르항으로 향하는 길에 마주한 드넓은 초원. 곳곳에 양 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몽골 초원길은 언제나 그렇듯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 3주간 오지기행을 연재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미얀마와 라오스 오지 취재를 가기 전 원고 작성을 마쳤는데 그 사이 집에 화재가 발생해 원고를 저장해 뒀던 컴퓨터가 불에 타버리는 바람에 부득이 연재할 수 없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몽골 초원에는 정해진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 곳이나 가면 그곳이 곧 길이 됩니다. 이러한 길들이 몽골 초원을 달리다 보면 마치 그림처럼 펼쳐져 또 하나의 볼거리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끝없이 곧게 뻗은 초원길, 그 끝자락 즈음에는 파란 하늘에 구름이 황홀하리만치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몽골 초원이 아니고는 볼 수 없습니다. 길을 달리는 차량이 일으키는 먼지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첫 방문 후 1년을 기다려 다시 몽골 알타이산맥을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산맥을 종주할 계획을 세웠고 막내딸 경리와 강영봉 교수, 몽골국립대학 울찌 교수 등과 팀을 짰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알타이산맥 길을 잘 아는 운전사도 섭외해 놓고 홉드를 찾았습니다.

1년 전 홉드를 찾았을 때는 일정이 너무 바빠 시내를 돌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루 여유가 있어 시내를 돌며 박물관과 옛 성터 등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워낙 건조한 지역이라 그런지 옛 토성 등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오지를 다니다 보면 작은 도시에도 박물관이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홉드에도 귀중한 유물을 소장한 박물관이 있어 한나절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다음 날 준비를 마치고 신나게 뭉흐하이르항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라 호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달려가는데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섭니다. 차가 고장이 난 듯하다며 운전사는 인근에 있는 상점 비슷한 곳으로 들어갑니다. ‘왜 갑자기?’ 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칩니다. 몽골은 차가 고장이 나면 고칠 수 있는 곳이 드물어 운전사가 직접 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답니다.

한참을 차 밑을 드나들던 운전사는 여기서는 도저히 못 고친다며 다시 홉드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전전긍긍하는 우리 일행을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운전사가 자신이 알타이 종주 길을 잘 아니 대신 갈 수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리 일행은 차를 바꿔 타고 뭉흐하이르항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막내딸 경리는 이러한 상황도 모르고 첫 해외여행이라 신이 났는지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첫 여름방학을 맞아 떠나 온 여행지가 험난한 알타이산맥 종주 길인데 앞으로 닥칠 고생은 생각도 못 하고 새로운 세계의 풍경이 그저 황홀한 모양입니다.

뭉흐하이르항 산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로 형성된 강가에 양 떼들이 몰려 물을 마시고 있다. 알타이 대협곡의 험한 길을 올라서자 게르와 양 떼가 보인다. 홉드 시가지에 있는 옛 토성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사진 위쪽부터 시계 방향)
뭉흐하이르항 산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로 형성된 강가에 양 떼들이 몰려 물을 마시고 있다. 알타이 대협곡의 험한 길을 올라서자 게르와 양 떼가 보인다. 홉드 시가지에 있는 옛 토성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사진 위쪽부터 시계 방향)

새로운 운전사는 남사르라는 이름의 몽골 사내로 얼마나 뚱뚱한지 배가 제주의 작은 오름만큼이나 나온 거구입니다. 핸들에 배를 걸쳐놓은 듯 운전석이 비좁아 보이지만 차는 비포장도로를 신나게 달립니다.

두 번째로 찾은 알타이 대협곡. 1년 전에는 지명을 잘 몰랐는데 이곳은 호라이 쳉헤르라고 불립니다. 지난해 큰비가 내려 산사태가 발생해 길이 엉망으로 망가져 겨우 차 한 대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아졌습니다.

차 천장에 머리 부딪치기를 몇 차례, 이루 말할 수 없이 험준한 돌길을 달려 정신이 얼얼합니다. 이러한 험한 길에 들어서자 막내딸 경리가 갑자기 긴장했나 봅니다. 오는 내내 쫑알대더니 말 한마디 없이 카메라를 가슴에 부둥켜안고 작은 몸을 잔뜩 웅크립니다.

갈수록 덜컹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차가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이 요동칩니다. 잠시 쉬어가자고 했더니 거의 다 왔으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바로 초원이 펼쳐집니다. 이제야 살 것 같아 한숨을 길게 쉬었습니다. 언덕에 올라서자 드넓은 초원 너머로 알타이산맥이 굽이져 있고 낙타 몇 마리가 겨울 털갈이를 하는지 너덜너덜한 털을 하고는 풀을 뜯고 있습니다.

대협곡 길은 엉망이었지만 초원길은 언제나 그렇듯 한가롭고 평화로운 모습 그대로입니다. 산길을 돌고 돌아 해가 질 무렵 뭉흐하이르항솜에 도착했습니다.

1년 전 방문 때 찾지 못했던 감바씨(당시 일행의 지인) 부친의 게르(Ger)가 있는 곳을 알아보기 위해 수소문한 다음 이곳에서 1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내일은 뭉흐하이르항 산 정상 아래 있는 도손노로 게르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제발 길을 잘 찾아야 할 텐데하고 기도해 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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