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세태 풍자 졸업 현수막 '씁쓸'
"취업,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세태 풍자 졸업 현수막 '씁쓸'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9.02.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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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3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졸업식을 앞둔 대학에서 이 같은 세태를 풍자하는 현수막이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다.

2018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앞둔 제주대학교. 14일 오전 찾은 학교 캠퍼스는 각 단과대학 건물 주변마다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학교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많은 내용은 유명 드라마와 영화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축하 현수막이었다.

‘어마마, 벌써 졸업이야?’, ‘쓰앵님~ 우리 00이 이번에 꼭 졸업시켜야 해요’, ‘이것은 졸업인가 백수인가’ 등의 패러디 현수막은 없는 단과대학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일본어로 축하 인사를 전한 일어일문학과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이전에는 현수막에 페인트로 글씨를 쓰는 정도의 축하 현수막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의 등장 인물을 인쇄하거나 졸업생의 얼굴을 합성해 인쇄하는 현수막이 늘었다. 

하지만 ‘졸업 후 취업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영화 ‘극한직업’을 패러디한 ‘극한취업’, ‘지난날의 00은 학교의 노예, 내일의 00은 월급의 노예’ 등 세태를 풍자한 현수막들은 졸업을 마냥 축하할 수 없는 씁슬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7년 만의 졸업 축하’ 등 스펙 쌓기와 취업 준비 등으로 한참이나 늦어진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있었다.

오는 15일 졸업을 앞둔 졸업예정자 A씨(26)는 “학생일 때 각종 취업 혜택 등이 많기 때문에 취업하기 위해 일부러 졸업을 유예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졸업은 축하해야 하는 일이지만, 취업 걱정에 졸업식을 마냥 즐길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8.9%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당장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까지 포함하는 체감 실업률은 23.2%까지 올랐다.

전체 실업률도 4.5%로, 1월 수치로는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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