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급 핫플레이스
성지순례급 핫플레이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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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화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해 12월 제주연구원은 중국 주요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과 투니우, 그리고 마펑워 마케팅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씨트립 마케팅 매니저는 제주가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유치하려면 특색있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러한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특색있고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것은 결국 중국 젊은 층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성지순례(聖地巡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래 성지순례 상품은 종교상의 의미 관념이나 또는 신앙의 대상에 대해 성스러움의 장소로 정한 곳을 찾아 참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관광 흐름과 관련해서는 관광객이 특정 관광지를 방문했을 때 꼭 방문해야 하는 관광지나 테마거리 등의 핫플레이스를 지칭하기도 한다.

최근 하나투어는 영국의 인기 드라마 셜록 홈즈의 배경지를 방문하는 런던의 셜록 성지순례라는 명칭의 여행상품을 선보였다. 드라마에 나오는 셜록과 왓슨의 활동 무대를 중심으로 수많은 촬영이 이뤄진 지역을 순회하면서 드라마 셜록의 감동을 느낄 수 있게끔 구성된 상품이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영화 배경지인 신주쿠 지역과 더불어 히다 후루카와 지역이 성지순례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지역은 애니메이션 영화 이전에는 마츠리 수레와 수로로 알려진 마을이었는데 영화 상영 이후 큰 폭으로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쇠락해가던 조그만 지방 도시가 큰 활력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대형 관광 복합시설이 없어도 잘 만든 콘텐츠형 작품이 있으면 새로운 관광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구 김광석 거리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사례가 되고 있다. 2013년 방문객 수가 5만명 조금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2018년에는 약 160만명이 다녀가면서 급증하는 양적인 팽창을 보여줬다. 원래 이 지역은 문화체육부의 문전성시 사업으로 선정돼 지역 예술가들의 골목길 벽화가 그려지던 곳이었는데 김광석 노래 콘텐츠로 인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갑자기 급증한 관광객으로 인한 지역 상권의 변화, 그리고 애시당초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이었던 곳이 관광객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부정적 요소를 줄이고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제주도 핫플레이스를 검색하면 다양한 관광지와 맛집 등이 소개되고 있다. 매력적인 장소가 적지 않지만, 위에 언급한 성지순례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최고 수준의 힐링을 제공하는 제주도, ‘현재 이대로 좀 놔두면 더 좋지 않은가?’라고 언급한다면 필자도 동의한다. 다만 최근 제주 방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고 지역 경제가 힘들어지면서 좀 더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전에 없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저가항공 노선이 대폭 확대된 해외 유명 관광지와 힘겹게 경쟁하는 제주 입장에서는 변화하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별로 어렵지 않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 필자는 제주에 연고가 있는 기업인 카카오와 넥슨의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테마거리를 조성하자고 언급한 적이 있다. 더불어 효리네 민박 등과 같은 미디어를 활용한 테마거리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규모 개발이나 투자 없이 기존 거리에 매력적인 콘텐츠를 입혀서 제주형 성지순례 상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만약 성공적인 테마거리가 새로이 조성된다면 그로 인한 파급 효과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온라인 마케팅에 핵심 콘텐츠로 작용할 수 있고 젊은 관광객 유치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리고 지역 이미지가 지금보다 좀 더 젊고 활기찬 지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호텔에 머무르면서 지갑을 열 만한 꺼리를 찾지 못하는 관광객들을 테마거리로 유인하면 소비 지출을 유도할 수 있고 지역의 전통문화, 음악, 미술, 공연, 이벤트, 그리고 게임과 미디어 등 다양한 소재를 테마거리와 접목할 수 있다면 관광객이 꼭 방문해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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