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으로 변한 4·3의 진실
펜션으로 변한 4·3의 진실
  • 김지우 기자
  • 승인 2019.02.12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 ‘뒷골장성’은 4‧3 중요유적 19곳 중 하나였다. 2015년 진행된 ‘4·3 유물·유적 등록문화재 지정타당성 조사용역’에서는 등록문화재 추진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4‧3 당시 군과 경찰이 쌓은 10km 길이의 이 장성은 더 이상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몇 년 새 이곳에 주택과 펜션이 들어선 탓이다. 보존해야 될 우리네 역사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안타깝게도, 뒷골장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시 지역 마을 90곳을 대상으로 4‧3유적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3년 첫 조사 당시와 비교해 유적지 10곳이 소실됐다. 아울러 ‘4·3성’과 제주시와 조천읍의 ‘잃어버린 마을’도 상당수 그 흔적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4‧3유적지를 보존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대부분이 사유지여서 개발행위를 막을 수 없다. 토지 매입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도내 땅값으로 인해 한계가 따른다. 소실된 4‧3유적지 대부분이 이 같은 상황 속에 역사적 가치를 잃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4‧3 유적지 정비사업에 국비 10억여 원이 확보됐다. 10년 만의 일이다. 국비확보로 그동안 소규모에 그쳤던 정비 사업은 한층 대대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국비 확보를 위한 근거와 체계적인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4‧3 유적지를 보존하고 가치를 알리기 위해 행정과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4‧3유적지 정비는 단순히 역사적 장소를 보존하는 게 아닌, 4‧3의 진실을 지키는 일이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