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관광에 시름하는 여수를 보며
과잉관광에 시름하는 여수를 보며
  • 문유미 기자
  • 승인 2019.02.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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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설 연휴 동안 여수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전부터 여수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 1순위는 단연 요즘 가장 ‘핫’하다는 낭만포차거리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제 여수에 살고 있는 이들은 낭만포차의 ‘낭’자만 꺼내도 인상을 찌푸렸다. 지인들은 바가지요금에 시끄럽고 복잡하기만 하다며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포차 거리로 향하는 길에 만난 택시기사는 가는 내내 “타지에서 온 장사치들이 그야말로 ‘한탕’ 돈만 벌고 나가는 곳”이라며 “배는 그들이 불리면서 각종 쓰레기랑 소음, 교통난으로 인해 정작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도착한 낭만포차거리는 낭만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수십개의 포장마차가 줄지은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와 갖가지 조명과 광고판, 차 경적소리, 호객행위가 뒤섞여 밤바다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낭만포차가 여수의 밤바다를 장악하고 있었다.

여수 낭만포차거리는 곧 자리를 옮긴다고 한다. 해양공원 일대가 쓰레기와 취객 소음, 교통난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낭만포차거리 문제는 여수가 겪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즉 과잉관광에 따른 부작용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 지역에 너무 많은 방문객이 찾아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과 관광객의 만족도가 모두 떨어지는 현상이다. 

실제 여수는 7년 전 엑스포 개최와 맞물려 고속철도와 도로가 뚫리고 비슷한 시기에 ‘여수 밤바다’란 노래가 대히트를 치면서 관광시장이 단기간 급성장했다.

현재 전체 주민 수의 50배에 달하는 연간 1300만~15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발전했지만 이로 인해 유발된 교통체증과 경관파괴, 환경오염 등 각종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낭만포차거리를 보며 제주의 모습이 겹쳐졌다.

제주관광도 최근 수년간 양적 팽창을 거듭하면서 ‘과잉관광’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각종 연구 조사 결과는 제주가 현재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으며, 이미 곳곳에서 터지는 쓰레기 대란, 교통 혼잡, 상하수도 문제와 이로 인한 도민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제주 역시 과잉관광을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과 함께 현재의 질적 성장 정책이 실효성을 갖추고 더욱 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를 여수는 말해주고 있다.

문유미 기자  mo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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