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
미투는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2.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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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제주서중학교 교사

새해를 맞아 올 한 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계획해본다. 선물로 받은 한 해를 의미 있고 가치 있고 계획대로 멋지게 잘 살고 있는지 나 자신을 항상 돌아본다. 매 순간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옳은 길이길 바라지만 때로는 잘못된 길일 때에는 정의로움이 필요하다.

방학 기간 동계 훈련에 들어간 학교 운동부 선수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관련 전수조사가 진행됐다.

우리 학교 학생이 1000명이 넘으니 평소에 만나본 친구보다는 만나보지 못한 친구가 대부분이다. 다른 친구들은 방학을 맞아 여행이나 친지 방문을 한다고 하지만 체육 꿈나무들은 방학을 이용해 선수 생활에 더 열심히 매진하고 있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유도부, 레슬링부, 권투부 학생들이다. 남녕고, 제주고, 유도회관, 삼무공원, 도장 각지에서 구슬땀 흘리며 훈련을 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디고 있는 꿈나무들을 찾아가니 평소에 친하지 않았지만 사제지간이란 끈으로 묶인 관계가 아이들에게 힘을 주게 된다. 비록 자의로 아이들을 찾아다니고 있지는 않았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다.

심석희 선수의 오랫동안 지속된 성폭력 사건으로 체육계에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상황을 살피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학생들의 안전을 점검하고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도 꼭 짚어 봐야 할 과제다.

다행히도 표면적으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코치나 선배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이 없어서 안심됐다. 그러나 사실 성폭력 문제는 한 번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상담자에 대한 충분한 신뢰가 형성돼야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는 상담자와 끈을 갖고 있으며 언제든지 자신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음을 알리는 정도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 당사자도 처음에는 인식을 못 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공동의 관심사를 나누거나 신뢰를 쌓고 비밀을 만들어 피해자가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든다. 그리고 점차 피해자가 성적 가해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고 이를 벗어나려고 하면 회유하거나 협박하면서 폭로를 막는다. 여기서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결단이다.

물론 대부분 학교에서 잘 훈련받고 있는 학생이 훨씬 많을 것이다. 몇몇 잘못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상처를 받고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 돌다리도 짚어보고 건너는 마음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어두운 곳에 밝은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습이 지닌 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에 대한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아직도 피해자의 아픔에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지탄의 대상으로 삼을 때가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미투 고발이 이뤄질 때 우리는 피해자들이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시각으로 봐야한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서지현 검사의 사례를 보면 아직 우리의 숙제는 많다. 검찰 개혁이란 과제와 진실은 반드시 이긴다는 사회문화가 조성돼야 하고, 국가나 사회가 피해자를 끝까지 보호한다는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에 대한 관대함은 피해 여성을 배신자 등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잔인한 공동체적 가부장 의식을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이유에서도 성폭력 가해자는 처벌해야 하고 취업 활동도 제재해야 한다. 검찰, 연예계, 학계, 정치계, 체육계, 종교계 등 각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 관심과 주의가 필요할 때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타인을 위한 일인 동시에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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