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아빠 힘내세요’
다시 돌아온 ‘아빠 힘내세요’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2.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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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손주들과 함께 설 연휴를 지내다가 아쉽게 공항의 이별을 했다는 친구. 그동안 잘 이해되지 않았던 말, ‘우리 아이가 내 눈에 박혔다는 표현이 비로소 납득된다고 했다. 오죽하면 항간에서 손주 자랑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할까. 그런데 요즘은 더 나간다. 하도 손주 자랑을 해대니 돈을 줄 테니 하지 말라고 한다.

이처럼 간절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조부모를 가족(家族)으로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한 복지단체가 조사한 가족실태 조사 결과다.

배우자의 부모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도 절반이나 됐고 심지어 친부모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니 할아버지, 할머니는 더 말할 여지가 없는지 모른다. 자식만 그런 것도 아니다. 며느리와 사위를 가족으로 여긴다는 답 또한 많지 않았다.

 

며느리를 딸로 생각하는 여자,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며느리 남편을 아직도 내 아들로 여기는 여자미친 여자란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뿐이랴. 형제자매도 그렇다. 결혼 전에는 당연히 가족으로 생각했는데 결혼 후엔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한솥밥 먹는 식구가 아닌 사람은 가족이 아니라고 본다는 얘기다. 가족은 배우자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모두 포함한다는 친족법(親族法) 조항이 무색할 지경이다.

가족관이 이처럼 달라진 이유는 도시화에 따른 핵가족 증대와 경제적 문제 탓이라고 한다. 만나지 않으니 정도 없고 정이 없으니 가족이란 마음도 들지 않는데다 먹고 살기 바쁘다 보니 서로를 부담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가족 간의 응집력도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살지 않은지 오래고 자녀들은 부모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하거나정부·사회가 함께 책임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선택사항으로 여겨서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네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라는 마당이다.

가족이 부서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통 부족 탓도 있지만, 생계 부담 또한 주요 원인이란 걸 보면 가족이 사랑의 대상이 아닌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가족관계가 이 지경에 이른 건 어쩌면 과도한 책임감 때문인지 모른다.

맨손으로도 시작하던 과거와 달리 온갖 걸 갖춰야 하니 결혼하기 어렵고 자식에게 끝도 한도 없는 애프터서비스를 하자니 정작 자기 부모를 부양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믿음 아닌 경제력으로 이어진 가족은 언제 깨질지 알 길 없다. 가족이란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책임지는 게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삶의 무게를 나누는 것임을 깨달을 때가 됐다 싶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부담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도 틀림없고.

 

가족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비타민이 되고 지쳐 있을 때는 그 어떤 보약보다도 가족의 힘이 치유의 진가를 발휘한다. 그래서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가족들이 더욱 그리워지는가 보다.

그런 까닭에서인가.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족애(家族愛)’를 담은 TV광고들이 부쩍 늘었다.

KCC창호 광고 삼부자(三父子)편은 아이와 아버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삼대(三代)가 주고받는 사랑이 이 광고의 주제다. 서희건설의 광고에도 회사 회장의 손녀들이 등장한다. 광고에서는 할아버지에서 손주에 이르는 믿음을 전하고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도 어려울 때 믿을 것은 가족밖에 없다아빠 힘내세요와 같은 가장을 격려하는 광고가 풍미했었다. 이런 광고들을 접하면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 할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허명(虛名)으로 스러지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서로를 붙들어 매면서 가족의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험한 세상 최후의 보루는 가족이다. 경기침체 시대에 모두가 힘들 때 가족의 의미가 더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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