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 풍경
2019년 설 풍경
  • 한국현 기자
  • 승인 2019.02.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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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예전같이 않다. 갈수록 북적거림이 덜하다. 집안마다 다르지만 간소화로 가는 추세다. 그래도 설은 설이다. 설날 아침에는 피붙이들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며 덕담을 나눈다.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 정겨운 설 풍경이다.

설 연휴에는 사람들이 모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설 밥상머리 민심이다. 먹고 사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정치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올해는 정치 얘기가 유독 많았다. 설 이전에 터진 굵직한 뉴스가 메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 구속됐다.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의 차기 대권후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는 지난달 30일 댓글 조작 등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이라며 비판했다. 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성 판결에 매우 유감”이라며 “당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판결을 내린 성창호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한 이력을 문제 삼았다. 양 전 대법장은 재판거래 혐의 등으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지사의 유죄 판결을 사법농단 세력의 보복으로 몰고 가자 침묵하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작심한 듯 “건전한 비판을 넘어서 그 내용이 과도하거나 재판을 한 법관 개인에 대해 공격을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법관 독립의 원칙이나 법치주의 원리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며 발끈했다.

김 대법원장의 말처럼 법관 독립의 원칙은 보장돼야 한다. 김 지사가 불복했으니 구체적인 내용으로 항소심을 준비하면 될 일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엎은 것이다. 안 전 지사도 한때 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였다. 서울고법 형사12부는 지난 1일 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지위와 권세를 이용하면 피해자의 자유의사 제압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국가 의전서열 3위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치적 동지인 김경수 경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올해 설 명절을 구치소에서 쓸쓸하게 보냈다.

제주의 정치권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인 원희룡 지사의 선고공판이 메뉴로 올랐다. 원 지사는 6ㆍ13 지방선거 때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원 지사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구형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원 지사는 최후 변론에서 “선거를 처음 치르는 것도 아니고 애매한 경우는 선관위에 질의를 해 왔다. 여기까지 온 것은 제 불찰이다. 선거와 관련해 더 엄격하게 챙기고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현명한 판단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에 내려질 1심 판결이 어떻게 나올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 지사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31일 해군기지 갈등과정에서 사법처리된 강정주민들을 사면 복권해달라고 정부에 재차 건의했다. 원 지사는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는 일이고 성공적인 국책사업의 마무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원 지사는 2017년 12월에도 강정주민에 대한 사면복권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한다.

오는 3월 13일에는 ‘제2의 지방선거’로 불리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도로 곳곳에 걸린 출마 예상자들의 얼굴과 새해인사 문구가 박힌 현수막도 또 하나의 설 풍경이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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