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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제주
힘든 제주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9.01.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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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 요즘 우리나라 정치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내용이 추상적이지만 특정한 사람이나 조직이 여러 이익에 개입된 상황으로, 특히 한 이익을 추구하면 다른 이익에 저해가 되는 상황을 말한다.

요즘은 다양한 이익충돌이 발생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규정이 하루가 멀다고 생긴다. 간단한 사례가 국제 축구 경기에서 심판은 출신국의 경기에 배제하는 것이다. 본인 국가의 승리와 심판의 공정성이라는 두개의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에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매사에 이해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제주가 맞고 있는 현실의 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이해충돌’을 생각하게 하는 상황이 한 둘이 아니다. ‘지역을 위하여’ 또는 ‘선한의도’라고 포장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자행된 지방정치의 행태다. 적지 않은 행태에 이른바 이해관계인인 ‘업자’의 입김이 배어있다. 지방정치는 딱 잡아뗀다.

물론 지방정치가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합리적 의심을 갖기에 하는 모습은 한 둘이 아니다. 그 결과 지금 제주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곳으로 내몰렸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사회 구성원 모두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활황경지’ 5년 못가

불과 몇 년 전 제주는 연간 150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관광객 수를 기록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인생 2모작을 찾아오는 이주 행렬이 이어졌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세’가 됐다.

세상사가 그렇듯 화려함 뒤엔 그늘이 따른다. 제주의 화려함은 5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토록 차고 넘치던 관광객의 발길이 줄었고, 이주행렬도 끊어졌다.

활기를 내던 지역경제가 곤두박질했다. 지역경제의 맏형역할을 제대로 못한 관광산업의 부진은 제주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열악한 토착자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개발논리는 뒷감당 못할 상황을 불렀다. 어지간한 곳은 다 파헤쳐 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몇 안 되는 ‘좋은 곳’은 개발업자들이 호시탐탐 노린다. 도의회로 공이 넘어간 송악산 개발사업이 주목받는 이유가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저런 유착설이 시중에 파다하다.

최소한 일정부분의 땅은 미래세대의 몫으로 남겨둬야 하지만, 현실의 탐욕은 끝 간 데 없다. 그 결과 도내 곳곳에 가동 중인 하수종말처리장은 하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오수역류, 하수무단방류 상황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초대형 숙박시설이 넘치면서 영세업소들은 줄도산 위기에 좌불안석이다.

#지방정치 책임 못 피해

지방정치의 한 축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제주도의회다. 그런 도의회가 제주에서 진행된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행정사무조사에 착수했다.

민주당 중심으로 도의회가 재편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직전 10대 도의회 때 제주의 문제에 민주당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 같은 최악의 상황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유연한 대응은 가능했을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도시계획조례 개정 과정에서의 반발, 자연녹지 내 행위제한을 강화하는 조례개정의 제동 등. 도의회는 당시 개발논리에 적극적인 찬성은 안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동의’ 또는 동조했다. 개발업자들은 뒤에서 웃었다.

개발이라는 시대 흐름은 피할 수 없다면 ‘적정수준‘을 고민해야 했다. 때문에 지금 제주가 맞이하고 있는 만신창이 상황의 일부에는 지방의회 책임론이 따른다. 물론 1차적 책임은 인·허가권을 가진 제주도다. 교묘하게 난개발의 길을 튼 영악함과 급격한 개방을 준비하지 못한 무능함이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제주가 지금 깊은 어려움에 빠졌다. 탈출로를 찾으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겉과 속이 다른 지방정치가 데려온 결과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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