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단식과 내로남불
자유한국당의 단식과 내로남불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9.01.30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정 기간동안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아니함.’

국어사전에 표기된 ‘단식’에 대한 정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단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비장함을 느낀다. 민주화 과정 속에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강하게 인식되고 있는 단식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 5ㆍ18 3주년을 맞아 민주회복, 정치복원 등 민주화를 위한 전제조건 5개 항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다. 보도통제로 국내에선 기사화되지 않았다. 5월 25일 단식으로 몸무게가 14kg이나 빠지는 등 건강이 악화하자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5월 29일 병상을 찾은 권익현 민정당 사무총장에게 “나를 해외로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나를 시체로 만든 뒤에 해외로 부치면 된다”라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은 23일이 지난 6월 9일까지 계속됐다.

1990년 10월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64세의 나이로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및 내각제 포기를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김 전 대통령의 13일간의 단식은 이듬해 지방의회 선거 시행으로 이어졌고,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됐다. 지방자치제가 DJ의 단식 투쟁의 산물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의원 시절,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만류하러 갔다가 동조 단식에 들어갔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이었다.

이밖에도 단식을 경험한 정치인들은 무수히 많다.

인도의 정신인 마하트마 간디가 단식투쟁을 펼치자 윈스턴 처칠은 “굶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담을 퍼부었다. 하지만 간디는 “나의 육체를 깔아뭉갤 수는 있지만 영혼은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이 단식은 자신의 생명을 내걸고 하는 뿌리 있는 투쟁방식이었다.

이런 절실함을 가진 단식이 한 순간에 조롱거리가 됐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임명 강행에 반발해‘릴레이 단식’에 들어갔다.

의원들이 4∼5명씩 조(組)를 짜 단식을 하는데 그 시간이 5시간 30분이다. 이 시간 때문에‘릴레이 다이어트’ ‘웰빙 단식’ ‘단식 개그’ 란 온갖 조롱이 쏟아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단식 용어를 쓴 것이 조롱거리처럼 된 것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느끼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며“농성은 우리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고, 방탄 국회만으론 모든 것을 가릴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은 ‘릴레이 농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을 하던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가 38일 만에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했다.

김씨는 제2공항 건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이날까지 38일간 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씨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함이 들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과연 김씨만큼 진정성이나 절실함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진정성이나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기때문에 ‘쇼’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자신들의 릴레이 단식 농성이 논란이 된 이유가 민주노총 소속 기자들 탓이라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허물을 반성하지 못 하고 남 탓만 하고 있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