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문화원형의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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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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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심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논설위원

늘 아침에 해가 뜨고 지지만 우리는 새해 첫 해를 보기 위해 일출봉에 오르며 1년 중 첫 번째 뜨는 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첫 해, 출발점에 있어서의 해돋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모든 일은 신이 지배하는 하늘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하늘에 치성을 드리고 변고에 늘 걱정하고 하늘을 관찰하였다. 건국 이후에는 새로운 하늘이 열렸음을 알리기 위해 해와 달을 중심으로 천체 지도를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으니 오늘날의 새해 첫 날의 일출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천체의 표본은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에서부터 고구려 평양성에서 관측되어 그려졌던 별 그림이 조선으로 이어진다. 조선 건국 이후 태조는 천자로서 나라를 다스리는데 정당성을 펴고자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어 배포하였다.

별을 삶 안으로 가져온 우리 민족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관장한다는 북두칠성을 칠성판에 새겨 다시 이생으로 태어나길 기원했고, 요즘도 우리는 무병장수를 소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건강한 삶을 위한 화두로 힐링, 디톡스, 다이어트 등이 하나의 큰 산업으로까지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무병장수와 관련된 별이 있다. 조선의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도 28수 중 정()수 천체 끝에 표현된 노인성이다.

가장 큰 점으로 표현된 노인성은 천체에서 두 번째로 밝은 별이다. 제주에 부임한 제주목사들은 노인성이 출현하면 관측하여 보고하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다.

탐라 제주는 이 노인성이 비치는 지역으로 예로부터 장수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육체가 자유롭지 못하고 정신이 혼미하면서 100세까지 사는 것이 아니라 청년처럼 육체와 정신이 강장(强壯)한 무병장수인들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도 여전히 노인이지만 귤밭에서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과연 청년이라 할 수 있을 법하다.

남극노인성은 추분에서 춘분 사이에 보인다. 결국 겨울에 잘 보이는 별인 셈이다. 2017년과 지난해 두 차례 남극노인성 사진 촬영대회가 서귀포시 주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서귀포지회 주관으로 열린 바 있다.

그리고 올해 11일 탐라문화유산보존회 주최로 ‘2019 평화와 장생의 별 남극노인성 페스티벌이 서귀포시 칠십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아직 정확한 콘셉트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문화콘텐츠란 곧 문화의 원형(Original Form+Archetype) 또는 문화적 요소,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원형성, 잠재성, 활용성에 대한 가치를 찾아내어 매체와 결합하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다.

문화콘텐츠는 다양한 분야의 통합으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복원과 재현되는 지가 중요하다.

남극노인성은 중국에서도 수노인(壽老人)성으로 잘 알려져 있고, 제주에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온다. 제주도에서만 보이는 남극노인성을 문화콘텐츠로 거듭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시간성과 장소성이 중요하다. 시간적으로 대한(大寒)과 입춘(立春) 사이 제주도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신구간 풍속과 연결하면 더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세상을 다스렸던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로운 신들이 내려오기 전에 수명을 연장하고 건강해지는 남극노인성의 시간성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손을 뻗으면 노인성에 닿는다는 전설이 있는 삼매봉과 같은 장소성이 있어야 그 구전에 대한 신비감을 더할 수 있다.

제주의 문화콘텐츠 개발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의미 있는 장소를 배경이나 무대로 활용하고, 문화원형을 소재로 하는 해당 지역과의 유기적인 관계 등을 엮어 나아가야 한다. 인문학적 콘텐츠 관점에서 소재와 콘셉트 도출, 문화원형, 장소성, 시간성을 스토리텔링으로 연출이 된다면 좀 더 확장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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