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의 의미
기해년(己亥年)의 의미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29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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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12() 동물 가운데 마지막 동물. 기해년 돼지의 해다. 특히 금년은 육십 간 지 중 서른여섯 번째의 황금돼지의 해라 의미가 깊다. ()라는 글자가 땅을 의미하는 한자인 누를 황()과 동일하다는데서 황금이라 표현하고 있다.

죽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동물. 어떻게 보면 순진하고 명랑한 돼지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음식을 가리지도 않고, 먹는 것 외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

이러한 탓인지 돼지띠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성정이 진솔하다고 한다. 그렇듯 마음도 따뜻하다. 상대방과 의견차이가 있어도 옳은 것이라면 양보하는 미덕이 있다. 그러므로 남과 크게 다툴 일도 없는 게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오행상에 나타난 돼지의 역할은 만물을 소생시키는 물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곧 만인에게 복을 준다는 의미와도 같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돼지를 신성한 동물로 여겨 제사를 올릴 때 반드시 돼지머리를 빠뜨릴 수 없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돼지는 부()와 다산(多産)의 상징이기도 하다. 역설가들은 돼지의 꿈을 꾸면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돼지꿈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돼지가 꿈에 나타나되, 반드시 집으로 끌고 들어와야 좋다는 것이다. 들어오다 말고 집 앞에서 어물쩍하면 꿈은 허사다.

돼지는 원래 여느 동물처럼 야생동물이었다. 지금도 야생인 멧돼지가 있지만 옛날엔 모든 돼지를 가둬 키우질 않았다. 그러던 것을 그 뒤, 울안에 가두어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4,800년 전으로 보고 있고, 유럽에서는 약 3,500연 전으로 보고 있다. 개량종 돼지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03년부터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는 약 1,000여종. 새끼를 낳을 때는 10분에서 15분 사이로 여러 마리를 낳는다. 한꺼번에 여러 마리를 낳기 때문에 다산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러한 돼지를 한자어에서 나타난 성어(成語)를 보면, 돼지의 속성을 알 수 있다. 먼저 사람대우를 하는데 예우로써 하지 않음을 비유하는 시교수축(豕交獸畜)이 있다. 이는 돼지가 다른 짐승과 사귈 때 제대로 친하지 못하고 놀림을 받은 데서 연유된 것이다. 이것은 돼지에게 왜 뿔이 없나라는 전설을 보게 되면 이해가 되는 성구이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내닫는 것을 보고 우리는 저돌적(猪突的)이라는 표현을 쓴다. 돼지의 우매함을 비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돼지 족발이라는 것은 예부터 훌륭한 안주로 등장했던 것이 사실인 듯 돈제우주(豚蹄盂酒)라는 말도 있다.

돼지는 욕심과 게으름의 표징으로 얘기되지만 그의 장점인 복()과 연계된 제반의 얘기들은 대체로 지혜롭고 남을 도우며 성실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기해년. 모두가 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으련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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