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빛과 그림자
설 연휴를 앞둔 빛과 그림자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19.01.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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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부터 연휴가 시작된다. 올해는 설 3일 연휴 이전이 바로 주말이라 연휴 기간이 총 5일이다. 벌써부터 시장은 떠들썩한 설 대목이다. 하지만 설날이라고 하는 우리의 대명절은 근대 이후 많은 우여곡절의 역사를 겪었다.

조선시대에는 모두가 음력설을 쇠었다. 그러다가 1895년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1896년부터 건양(建陽)’이란 연호를 사용하면서 양력 11일을 설로 지정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음력설이 여전히 대세였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조선총독부가 양력설을 권장하고 음력설을 구정(舊正)’이라 부르며 폄하하고 나서자, 오히려 반발이 일어나 양력설을 왜놈 설이라 부르며 배척하기도 했다.

해방 후 이승만 정부에 이르러서 양력설을 사흘 연휴(11~3)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후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양력설을 좀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음력설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고 음력설을 전후해서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는 업체는 행정처분을 받게 하는 식으로 강제했다. 특히 이는 정부 등 공공기관, 대기업, 교육기관 직원들에게 영향을 크게 줬을 것이다(필자의 본가도 이 시기에 설을 양력으로 쇠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음력설을 쇠는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소위 우스개로 이중과세(二重過歲)’ 논란이 계속됐다. 전두환 정부 때인 1985년 음력설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단 하루지만 공휴일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어 노태우 정부는 1989년 이름까지 로 지정하고 3일의 연휴로 바꿨다. 이 시기에 대부분 사람은 음력설로 되돌아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어 1990년에는 양력 설 연휴를 이틀로 줄였으며, 김대중 정부는 1999년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난으로 공휴일 축소 정책을 펴고 하루로 줄였다.

 

공휴일이 늘어나면 긍정·부정 효과가 함께 나타난다. 민간소비 활성화로 내수가 진작되고 경기가 살아나며 휴가 분산 및 관광소득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 감소와 인건비 부담 증가, 금융거래 중단, 일용 근로자 소득 감소 등 부작용도 많다. 연휴의 경제학에는 이렇게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연휴에 찾아오는 관광객 등 지역 경제 부양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쉬고 싶어도 못 쉬는 사람이 많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이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중소기업에서는 2월 한 달은 설 연휴와 공휴일 등으로 거의 절반을 놀게 됐다고 한숨이다.

이런 가운데 공휴일 하루 늘리면 13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하는 주장이 있고, ‘공휴일 하루가 늘면 10조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요즘 공휴일을 보는 관점의 차이도 이렇게 양극화를 달린다.

 

음력설을 다시 찾은지 어언 30년이다.

그 사이 설 연휴의 세태도 많이 바뀌었다. 언론이 보여주는 명절 보내는 풍속도도 상당히 달라졌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는 것은 민족 대이동이라는 명제이다. 공항과 항만,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과 교통 상황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도 비슷하다.

과거 설날 풍속도는 어린 아이가 설빔을 입고 조부모에게 세배를 올리고, 세뱃돈을 받는 모습, 민속놀이를 하는 정겨운 모습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지금은 명절 증후군이 대세다. 그뿐이랴. ‘며느리, 미혼자, 구직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해외여행객으로 붐비는 국제공항과 같은 말이 많이 나온다.

즐거운 명절이 명()과 암()이 교차한다. 즐거운 전통 명절에서, 한쪽은 황금연휴의 개념으로 한쪽에서는 듣기 싫은 말로 대체된 것이다.

설날이 항상 그 모습을 고수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또한 예전에 절대적으로 옳았던 것처럼 보이는 것도 나중에는 그 오류와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

설날의 모습도 그 변화를 옳고 그름의 잣대로 평가할 게 아니라 그 변화 자체의 의미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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