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캐슬’, 우리의 일그러진 욕망에 대하여
‘스카이 캐슬’, 우리의 일그러진 욕망에 대하여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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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제주한라대 간호학과 교수·논설위원

요즘 비지상파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는 핫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피라미드의 등장은 단연 압권이다.

이 블랙코미디는 인간 사회를 피라미드 계층 사회로 바라보며 그 정점인 상위 1%의 대물림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인간들의 군상을 그려낸다. 학연, 지연, 혈연이 유별나게 큰 자산으로 작용하는 한국 사회에서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명문대 유망학과 입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는 대중적 공감대가 시청률 대박을 끌어올리는데 주효했을 것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과연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실제 피라미드의 내부 구조를 보면 왕의 묘실은 중간층 가운데에 있고 꼭대기는 피라미디온이라는 사각뿔의 단일 석재일 뿐 아무 것도 없다. 반면에 피라미드화한 한국 사회의 정점에는 모든 권력과 부가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돈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결국 돈이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서 최고 권력이 돼버린 절대 자본의 소유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갑질과 권한 남용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공동체를 교란시키며, 신성한 종교마저 타락시키는 현실을 볼 때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향한 우리의 끝없는 욕망에 절망감을 느낀다.

욕망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지닌 특성이다. 인간은 끝없는 욕망을 스스로 제어하는 통제력을 가질 수 있기에 인간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욕망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인간다움의 궤도를 이탈하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이때부터 보이지 않는 마음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최근 최고의 선수로 키우기 위해 폭행 등 잘못된 훈련방식을 택한 코치의 사건은 그 개인의 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피라미드 정점을 향한 욕망, 그 일그러진 욕망은 거침없이, 때로는 선()으로 포장까지 하면서 타인을 억압하고, 잘못된 방식을 정당화하기조차 하며 사회를 교란시킨다. 이렇게 피라미드 정점을 향한 욕망은 이름하여 탐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욕망이 탐욕으로 뒤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욕망은 나로부터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모방과 인정 욕구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는 타인(사회)의 시선에 늘 민감하다. 타인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그 욕구의 뿌리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결국은 타인에게 사랑받고 인정을 받는 데에서 오는 자기만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출발은 진정한 자기만족이라는 목적을 향해 시작됐으나, 결국은 타인의 인정과 사랑이라는 수단에 집착한 나머지 타인이 규정하는 가치들에 무조건 맞추려 애쓰면서 타인의 만족으로 귀착돼 버린다. 결국 의 존재는 실종돼 버린다. 경제 수준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건만 한국인의 생애 선택의 자유140위라는 UN보고서는 우리를 뜨끔하게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암암리에 진짜 나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 나로 사는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진입하고자 하는 순수한 욕망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그러진 욕망으로 쉽게 변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솔직히 터놓고 얘기해보자. 이 세상에 나보다 귀한 존재가 있을까? 부모나 자식이, 연인이 내 삶을 대신할 수 있을까? 내 삶의 주인인 나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어떻게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으랴. 나를 귀히 여기는 자야말로 타인을 귀히 여길 수 있지 않겠는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나의 진정한 삶의 목적을 망각하기엔, 세속적 가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삶을 살기엔, ‘는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다.

이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간을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으로 바꿔보자. 자신으로부터 인정받을 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제주섬에 우뚝우뚝 솟아있는 오름들은 그 높이를 자랑하지 않는다.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각양각색의 오름들은 모두가 최고의 가치를 뽐내고 있듯이 우리들도 각자의 모습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

가장 높은 오름에만, 피라미드의 정점에만, 그리고 스카이 캐슬에만 욕망이 집중되는 사회는 블랙코미디 사회일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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