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버스 운전원들이 차고지 문제로 도로변 불법 주·정차를 일삼고 단속을 피하려고 ‘꼼수’까지 부리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제주종합경기장 인근 한 도로. 차량 통행이 많은 퇴근시간 대 버스 3대가 불법 주·정차돼 있는 바람에 운전자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 불법 주·정차 버스들은 무인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차체 뒤편 보닛을 열어 번호판을 가려 놓기도 했다.
또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들이 불법 주·정차 버스에 가려져 어두운 밤에는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문제는 일부 버스의 기·종점 정류장과 차고지 위치가 멀리 떨어지면서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한 버스업체는 90여 대의 대중교통 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차고지가 20분가량 떨어진 제주오일장 인근에 있다.
보통 버스 운전원은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 요금통을 새로 교체하고 운행 일지 작성, 차량 점검 등을 실시한다.
그런데 이 작업들을 지정 차고지까지 가서 진행하면 운행 시간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는 어쩔 수 없다는 게 버스업체 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제주시 등 행정당국은 버스업체 측에 “운행하기 전 정차 시에는 가급적 종합경기장 내 주차장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후 버스가 300대 이상 증차된 만큼 불법 주·정차를 근절할 수 있는 차고지 운영 대책과 강력한 단속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버스업체에 차고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 주·정차와 단속을 피하는 꼼수 등은 용납될 수 없다”며 “버스 전용 주차장 설치를 검토하고 업체에는 지정 차고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계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