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어머니 기도는, 하늘이다
2019년 어머니 기도는, 하늘이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2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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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바다 번암 연구소 대표·고대해양탐험가

새해 정월 아침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기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머니 조마리아는 감옥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아들 안중근에게 기도문 같은 편지 한 장을 보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아들, 딸들, 그리고 어머니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고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 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大義)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어미는 현세에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정의를 위해서라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라.’

필자는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면 이 기도문 편지를 읽는다. 읽을 때마다 용기가 나고 힘이 솟는다.

유년 시절 추운 겨울밤에 눈 비비며 깨어나 보면 어머니는 놋그릇에 정화수를 떠 놓고 기도를 하셨다. 그런 어머니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어머니의 기도는 필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켜 놓으신 촛불과 향불이 이미 꺼진 아침이 돼서야 어머니는 너를 위한 기도란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는 항상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존재다. 하늘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지켜 주신다.

또 떠오르는 한 어머니의 시가 있다.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다. 어머니 이씨 대문을 열고 나가는 아들에게 기도의 마음을 담아 시조 한 편 남겼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청파의 조히 씻은 몸 더러일까 하노라.’

아들 정몽주는 팔순 노모에게 자신의 품고 있는 생각을 이렇게 화답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포은 정몽주는 한 나라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충절로 살았던 고려의 마지막 충신이다. 마지막까지 이방원의 회유를 뿌리치고 고려를 지키겠다는 절의를 굽히지 않았다.

이런 정몽주의 굳은 절의 앞에 이방원은 다음과 같이 회유하고 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 드렁칡이 얽힌 듯 어떠하리/우리도 저와 같이 천만년을 살아보세.’

이방원은 정몽주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정몽주의 단호한 거절 때문이다.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 불사이군, 不事二君)’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 오는 길에 이방원이 보낸 자객에 의해서 선죽교에서 피살됐다.

어머니는 아들 정몽주가 권력에 욕심을 둔 무리에 쉽게 휩쓸리지 말고 올바르게 마음먹고 행동하기를 기도했지만,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아들의 절의가 어머니 사랑에 촉촉이 맴돌고 있어서 오늘에 이르러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국운이 기울어지는 마당에 고려를 지키겠다고 나선 충신 정몽주의 나라 사랑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간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일생을 마감했다. 이날이 139244일이다.

이방원의 말을 듣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니의 예감은 맞아떨어졌다. 이 세상 어머니 말씀은 지상에서 최고의 기도이며 최상의 가르침이시다.

새해 정월 아침 안중근의 어머니와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를 떠올려본다. 나라 사랑과 어머니의 기도가 함께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인류는 어머니 사랑의 울타리에서 태어나고 성장한다. 이 세상을 이끌어 나갈 아들과 딸들이여! 그대들도 어머니가 되는 날이 오리니.

이 나라 어머니는 이처럼 하늘 아래 큰 스승이며 최고의 멘토이시다. 그 어머니의 기도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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