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와 가족을 불안케 하는 감염병 사고
산모와 가족을 불안케 하는 감염병 사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21 2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인천, 경기 시흥에 이어 제주시내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RSV(호흡기세포 융합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해당 조리원의 신생아실을 폐쇄하고 신생아들을 격리 조치했다.

이 조리원에는 13명의 신생아가 있었고, 이곳을 출입한 성인은 조리원 직원과 방문객 등 수십명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이 다른 신생아와 해당 조리원 출입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래서야 어떻게 신생아를 맡길 수 있겠나. 잊을 만하면 감염병 사고가 일어나니,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산모와 가족들이 불안해 하는 게 당연하다.

RSV감염증은 인두염 등 주로 상기도감염으로 나타나지만 영유아나 면역저하자, 고령자는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RSV 감염이 끊이지 않는 현상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당수 산후조리원의 감염 관리가 허술하지 않느냐는 점에서다. 그렇다면 신생아 감염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후조리원은 의료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신고만으로 설립할 수 있고, 침상 간격 등의 세부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데다 산모와 신생아 수십명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니, 자칫 잘못하면 호흡기 감염병이 발생해 급속히 퍼지기 쉽다.

그런 만큼 보건당국은 산후조리원의 위생 및 감염관리 체계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현재 연간 1회 감염관리 등의 교육을 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그간의 사고를 통해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산모의 60% 가까이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 사회의 필요 시설로 굳어진 셈이다.

산후조리원은 우리네 가정 생활의 변화가 불러온 필연적인 산물이다. 산업 사회와 함께 진행된 도시화·핵가족화로 곁에서 돌봐줄 친·인척이 줄어든 데다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짧은 출산 기간만이라도 온전히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슬러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게 됐다.

여기에 황혼의 인생이라도 나의 것으로 하겠다는 노년 여성들과 부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제 힘으로 해결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달라진 가치관이 더해져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들의 90% 이상이 산후 조리원을 필요한 시설로 보고 있다는 한 여성단체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것이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출산 후 몸을 회복하는 동시에 육아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그 기능이 중요하다. 제주 보건당국은 산후조리원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런 환경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건 낯부끄러운 일이다.

뉴제주일보  webmaster@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