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4·3수형인 공소기각’ 이제 정치가 답해야
법원, ‘4·3수형인 공소기각’ 이제 정치가 답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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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생존 수형인 18명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 무죄를 인정하는 판결의 파장이 크다.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온다.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로 귀결된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지난 17일 4·3 생존 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공판에서 청구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4·3 당시 이뤄진 군사재판이 별다른 근거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져 재판 자체가 무효임을 뜻하는 결정으로, 생존 수형인들이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에 앞서 공소유지를 담당해 온 제주지검은 지난달 이 재판 최종의견 진술을 통해 “소송기록이 없는 재판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재판부에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제주 4·3사건을 전후해 정부는 1948년 12월 14차례 행한 군법회의 재판에서 871명을 처벌했다. 이듬해 6~7월에도 14차례의 재판을 열어 1659명을 처벌하는 등 희생자만 2530명에 이른다. 문제는 당시 군사재판에 대한 불법성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재심 재판을 이끌어온 제주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이번 판결은 재심을 청구한 수형 생존인 18명의 명예회복은 물론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피해를 본 모든 피해자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를 비롯해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제주도당 및 소속 국회의원,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등은 일제히 환영입장을 밝혔다.

제주 4·3당시 군사재판(군법회의)의 불법성 문제는 그동안 숱하게 제기됐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 4·3사건에 대해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70주년 제주4·3 추념식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한국현대사에서 4·3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4·3을 주목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엄청난 수의 양민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데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평생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채 숨죽여 살았다. 당시의 군사재판은 연좌제라는 기형의 제도로 이어져 후손들까지 옥죄었다. 때문에 이들이 불명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4·3 희생자뿐만 아니라 이 땅의 선량한 사람 모두의 보편적 바람이다.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은 우리사회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이제는 정치가 나설 때다. 그 시작은 억울한 희생자 등에 대한 국가의 배·보상 등의 근거를 담은 4·3특별법 개정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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