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억울한 옥살이’의 진실, 71년 만에 빛 보다
[종합] ‘억울한 옥살이’의 진실, 71년 만에 빛 보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19.01.1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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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청구 사건 선고공판서 18명 모두에게 '공소 기각' 판결
17일 오후 생존수형인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4·3생존수형인들이 제주지방법원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17일 오후 생존수형인 재심사건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4·3생존수형인들이 제주지방법원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임창덕 기자 kko@jejuilbo.net)

제주4·3 생존수형인 18명이 71년 만에 억울한 옥살이의 한을 풀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양근방 할아버지(87) 등 4·3 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재심 사건의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18명 모두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이 재심 청구사건의 핵심은 유죄 판결의 유무”라면서 “이 사건처럼 공소 사실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그 공소 사실의 입증 책임은 국가에 있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의 공소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진행된 4·3 생존수형인들에 대한 군법행위 또한 당시 군법행위의 절차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구 국방경비법에서 정한 예심조사 절차 등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4·3사건 진상보고서에도 군법회의와 관련해 ‘군법회의를 담당한 군 당국이 예심과 심리를 했다는 증거가 없어 군법회의 재판 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는 ‘각 그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며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공소 기각’ 판결이 이뤄지자 4·3 생존 수형인들은 눈물을 훔치며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재판 이후 법정 밖에서 만난 김평국 할머니(89)는 “망사리(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그물 주머니)에 갇혔던 몸이 풀려난 기분”이라며 “이제 자식과 후손들에게 떳떳한 조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동수 할아버지(86)도 “억울하게 당했던 갖은 고문과 형무소 생활이 떠오른다”며 “오늘 판결로 우리 생존수형인들은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4·3 생존수형인 18명의 재심 청구를 이끈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오늘은 왜곡된 4·3의 역사를 바로잡은 날”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4·3 특별법 개정과 4·3 진상조사 재시작에 속도가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변호한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1948년과 1949년 진행된 군법회의가 절차적 불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판결”이라며 “4·3 생존 수형인들이 국가로부터 당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관련 소송을 가능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근방 할아버지 등 4·3 생존 수형인 18명은 2017년 4월 19일 제주지법에 4·3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구서 제출 9개월 만인 지난해 2월 5일 첫 재판이 열렸고, 지난해 9월 3일 4·3 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이 결정됐다.

‘판결문 없는 사상 초유의 재판’으로 관심을 끈 재심 사건의 첫 재판은 지난해 10월 29일 열렸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6일과 같은 달 27일 두 차례 4·3 생존수형인에 대한 피의자 심문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공소 사실을 특정할 수 없자 지난달 17일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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