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으로 내몰리는 청춘
변방으로 내몰리는 청춘
  • 정흥남 논설실장
  • 승인 2019.01.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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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정흥남 논설실장] “‘제주가 커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 제주의 젊은이들, 제주 청년들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임기 동안 15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자주재원 1000억원을 조달해 일자리를 만들겠다”

지난해 5월 당시 제주도지사 선거전에 나섰던 원희룡 후보가 첫 공약으로 제시한 청년일자리 관련 약속의 일부다.

“제주의 2030 청년세대 인구는 약 16만5000명으로 제주 전체 인구의 26.4%를 차지하고 있지만 청년 예산은 전체 예산의 0.8%에 불과하다. 동원당하고 소비됐던 선거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이번 선거를 맞이하려 한다”

역시 지난해 5월 도내 17개 대학생, 청년 단체로 구성된 ‘2018 제주청년유권자행동’ 지방선거를 맞아 청년 정치참여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내용의 일부다.

모두 알다시피 2030 청년세대는 우리사회가 절대적으로 아끼고 지원해야할 미래 성장 동력이다. 갈수록 노령화가 심화는 상황에서 마지막 기대 곳이 이들이다. 곧 2030 세대가 우리사회 노령층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런 2030을 응원하고 이들이 제주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힘을 모아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그들은 제주의 희망이고 미래다.

#공공임대주택 대거 변두리행

제주도가 추진 중인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서민 주거복지 사업이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1만호 공급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4867세대 공공임대주택 건설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 공공임대주택 부지는 대부분 2015년부터 2017년 사이에 확보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부지중 상당수가 도심에서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한다. 도심지 국‧공유지가 고갈된 때문이라고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주거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구좌 김녕 지구만 해도 국민임대와 공공임대 등을 비롯해 총 887세대 규모로 조성되는데 모두 분양될지는 미지수다.

제주도는 지난달 주거종합계획(2018~2027년)을 마련하면서 행복주택 5000호와 국민임대 4000호, 영구임대 1000호 등 공공임대주택 1만호 건설 사업을 2022년까지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심지에 국공유지가 없다는 이유로 외곽으로 밀려날 게 뻔하다.

공공임대주택의 주 입주자는 일부 사회적 약자층이 포함되지만 실제로는 2030세대로 상징되는 젊은 층이다.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들이다.

#지방정부 발상의 전환 필요

제주의 2030세대가 도심에서 밀려나 변방을 헤맨다. 이른바 도심 목 좋은 곳은 바라볼 수조차 없다. 2030으로 상징되는 젊은 층의 가장 큰 고민은 주거문제의 해결이다. 마땅한 집이 없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또 어떻게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기성세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이를 외면한다. 자신의 집값만 생각하다. 실제 공공임대주택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는 객관적 증거가 없음에도 이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 고 자신의 집 인근에 지어지는 공공임대주택을 반대한다.

현실적으로 사회초년생들이 평당 1500만원을 넘나드는 분양가격의 아파트를 장만하기는 쉽지 않다. 이른바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결국 기댈 곳은 공공임대주택이다. 제주시 동지역에 조성되는 행복주택의 치열한 경쟁률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지방정부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보고, 답을 만들어 정책으로 집행할 의무가 있다. 내 자식이 귀하면 다른 사람의 자식도 귀한 게 세상의 이치다.

도심에 국공유지가 없으면 사유지라도 매입해 조성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심에 땅이 없으니 외곽으로, 변두리로 가겠다는 발상은 손쉬운 것만 하겠다는 전형적인 ‘하수의 행정’이다. ‘제주가 커지는 꿈의 중심에 청년있다’던 슬로건 마저 뒤집어지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정흥남 논설실장  jh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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