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숙박업, 이대로 손 놓고 있을 건가
악화일로 숙박업, 이대로 손 놓고 있을 건가
  • 문유미 기자
  • 승인 2019.01.15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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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호텔 21만원짜리 방이 3만5000원에 올라왔는데 이게 맞는 거야?” 얼마 전 제주여행을 준비하던 한 친구가 숙박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숙소를 알아보다 깜짝 놀라며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현재 제주지역 숙박업계의 현실이다. 도내 숙박업 공급과잉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숙박업계에서는 제살을 깎아먹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남아도는 객실이 늘면서 중저가 숙박업소뿐만 아니라 일부 4성·5성급 호텔들도 저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경영 악화로 인해 폐업·휴업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은 사실상 그동안 도내 숙박업소가 감당 안 될 만큼 폭증한 탓이 가장 크다. 

최근 수년간 관광시장 성장에 따른 기대감을 타고 너도나도 숙박업에 뛰어들었다. 분양형 호텔이 빠르게 늘면서 객실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농어촌민박은 최근 3년간 2000곳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도내 숙박시설이 5000개소를 돌파했고,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숙박업 시장 포화상태가 하다못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행정은 대체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내 숙박업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는 2015년 전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보여진 것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는 숙박업 시장이다.

사실상 행정에서 공급량 조절에 손을 놓고 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드는 이유다.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숙박시설통합관리시스템이 생겼지만 운영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4월 참여율 저조를 이유로 폐쇄됐다. 

앞으로의 숙박업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미신고 불법 숙박업소가 난립하는 데다 정부에서 내국인에 대한 공유숙박 허용도 추진하면서 ‘에어비앤비’ 객실까지 쏟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며칠 전엔 숙박시설이 2000여 실로 대폭 확대된 유원지 조성사업이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문턱을 넘기도 했다. 

지금처럼 단속에 그치는 수준으로는 턱도 없을 정도로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심각성을 깨닫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문유미 기자  mo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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