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치, 제주 재래흑돼지
제주의 가치, 제주 재래흑돼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19.01.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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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철.제주도 축산진흥원

제주 재래 흑돼지는 확실한 고증은 없으나 고구려 시대에 돼지가 우마(牛馬)와 함께 북방으로부터 유입돼 남하한 것이 시초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제주에 있는 대부분 돼지는 외래종(랜드레이스, 요크셔, 두록 등)을 도입한 후 잡종강세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여 교잡종으로 사육되고 있다.

일명 똥돼지라고 불리는 제주 재래 흑돼지는 예로부터 돌담을 둘러 터를 잡은 변소인 돗통에서 사육되었다. 이 돼지는 각종 배설물과 음식 찌꺼기를 처리하고 농사에 필요한 퇴비를 생산하면서 돼지고기 생산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역할을 했다.

과거에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가 혼례, 상례, 제사와 같은 집안이나 마을 행사에 중요한 음식 재료 중 하나였다.

특히 돗수애(돼지 순대), 돔베고기(돼지 수육) 등에서 보듯이 제주 재래 흑돼지는 제주 향토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제주 재래 흑돼지는 일반 개량돼지에 비해 체구가 작고 온몸이 검은색 털로 덮여 있으며 코가 곧고 좁으면서 앞으로 길게 나온 것이 특징이다. 또한 오랜 세월 제주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하여 체질과 질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품종으로 알려졌다.

제주지역에서는 삼국지 위지동이전, 해동역사, 탐라지 초본 등의 고문헌을 통해 흑돼지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 제주 재래 흑돼지가 제주 전통 가축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부터 생산능력이 낮은 재래 돼지의 능력 개량을 목적으로 외국에서 개량종이 도입되기 시작하였고, 미관상 문제와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화장실 개량 사업이 추진되면서 순수 재래 돼지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재래종에 대한 관심과 유전자원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1986년 축산진흥원에서는 재래 흑돼지 5마리(암컷4, 수컷1)를 확보해 순수 계통번식을 통한 보존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였다. 육지 재래돼지와 비교해 보면, 차별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고유성과 역사성을 인정받아 국가 차원의 종() 보존을 위해 제주 재래 흑돼지 250마리가 20153월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돼 도 축산진흥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최근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 질병으로부터 천연기념물을 지키는 일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제주 재래 흑돼지는 체구가 작고 사람의 장기 구조와 유사하고 피부 적합도가 잘 맞기 때문에 의료용 및 실험용으로 활용가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민족과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제주 재래 흑돼지는 유전자원의 안정적인 보존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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